rasia's Music

윤하 컴백콘서트 후기

레온하트 2012. 7. 29. 21:21

윤하라는 가수를 제대로 알게된건 5년쯤 전이었던가 쇼바이벌이라는 인기없는 가수들 공연기회주는 프로그램에서였다.(그전부터 이름정도는 알고 있었고.) VOS만이 재조명되고 끝났던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별로 아쉽지 않은 프로그램 이었다.

그당시 윤하를 봤을 때 생각은 '여기 나올 급이 아닌데?' 이미 인기가 많았기도 했었기 때문이지만 고만고만한 애들 중에서도 실력적으로 뛰어나다는걸 그때부터 인지했던거 같다. 

본격적으로 윤하에게 미치기 시작한건 3년전 3집앨범때, 2년전에는 2010년의 아티스트로 선정하면서 내 마음 속에서 최고의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수로 성장한다.

작년에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고생의 원인이 됐던 분쟁들도 다 해결이 되어서 자유로워진 윤하. 새로운 앨범도 냈고 TV에도 계속해서 출연하면서 돌아왔음을 모두에게 알렸고 그 결실이 어제 컴백 콘서트에서 만개했다. 팬이 되었던게 늦었고, 그 때문에 처음으로 가게된 그녀의 콘서트.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지금부터 풀어내보도록 하겠다.


1. AX-Korea와의 인연

3년전 쿠라키 마이의 내한공연도 여기서 했었다(http://rasia.tistory.com/379). 그때는 최단환승을 이용했었는데 이번에는 편한길을 택했다. 덕분에 오고가는 대부분을 앉아서 갈 수 있었는데 참 다행이었다. 여기 갈때마다 지하철 자리운은 늘 따라주는듯.


2. 스탠딩

1층은 스탠딩석, 2층은 지정좌석제라는 구조로 공연티켓이 팔렸는데 애초에 공연자체도 몇번 가보지 않았지만 스탠딩공연은 처음 경험해보는지라 기왕 하는거 앞자리가 좋겠다는 생각에 스탠딩을 선택했다. 그런데 공연장이 워낙에 좁아놔서 2층 앞자리를 차지하는게 오히려 잘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내가 티켓을 예매했을때는 2층이 매진이어서 어쩔 수 없이 우연히 비었던 앞자리의 뒷번호를 선택했다. 그런데..


3. 더워 안보여

우여곡절끝에 입장을 했을때는 그래도 나름 전망이 괜찮았다. 무대전체가 다 보였고 어쨌든 평균키보다 조금 크다보니 어느정도 고개만 돌려도 방해없이 볼 수 있었기에 앞자리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라키 마이 공연 봤을 때보다 앞자리이기도 했고. 문제는 공연을 시작하면서 였다. 중간부터 한걸음씩 뒤로 밀리기 시작하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주위가 남자들 벽에 둘러싸여있는게 아닌가. 바로 앞사람이 머리로 시야를 가렸고 계속해서 달라붙는 바람에 시야는 가려지고 덥고 난리도 아니었다. 뭐 내가 내 뒤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보였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는데 왜 앞에있던 사람들이 뒤로 밀려와서 뒷자리 인구밀도를 부천시로 만들었는지는 따지고 싶다. 출근길 버스탈때 앞자리는 꽉꽉 들어차있는데 뒷자리는 여유만만일때 있지않은가. 딱 그 상황이었다. 


4. goods

공연관련 상품을 파는 노점이 공연장 앞에 열려있었다. 쿠라키 마이 공연에 갔을때 마침 돈이 떨어져서 아무것도 못샀던 과거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하나 살 생각을 하고 돈까지 일부러 인출해서 갔었는데 노리고 있던 티셔츠가 매진.. 싼 가격이기도 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왜 여유있게 만들지 않았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남으면 나중에 홈페이지에서 팔면 될텐데. 그에 실망해서 야광봉조차 사지 않았던건 생각지 못한 대실수였다. 쩝..


5. 공연은

앞에서는 공연외의 얘기를 했으니 공연얘기를 해보자면 좋았다. 어쨌든 지금 내 많은걸 걸고 좋아하고 있는 가수이다보니 즐거웠다. 내가 여기서 즐기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윤하가 노래를 마음껏 부르는거 자체가 말이다. 이 즐거움에 비하면 앞의 불평은 뭐 단 열매를 먹기위한 거름이라고나 할까, 저녁에 부페가기 위해서 점심을 굶는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이었던거 같다. 


6. 노래들

일본에서 발매했던 노래들을 번안했던 1.5집의 노래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난 이때 노래들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선곡에는 전혀 불만이 없다. 처음에 손을 잡고서가 나왔을 때와 혜성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을 때가 개인적인 콘서트에서의 베스트 장면. 

하지만 이번앨범 오점이라고 할 수 있는 driver가 나왔을 때는 기분이 팍 죽었다. 역시 박재범이 못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냥 노래가 별로라는걸 게스트가 전혀 다른 랩을 해서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게스트인 소울다이브가 꽤나 괜찮은 친구들이라 좀 나았다고나 할까. 타이거JK가 나와줬으면 8.8만원 내고 20만원짜리 공연을 보는 엄청난 이익이었을텐데 그건 좀 아쉬웠다. 피쳐링한 가수들 못불렀으면 그냥 그 노래들은 부르지 말지. 존박과 불렀던 우린 달라졌을까는 소속사 가수가 나와서 불렀는데 존박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존박보다 나았다고 생각한다. 노래도 엄청 잘부르던데 발음이 뭉개져서 노영*였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게 아쉬웠다.

run불렀을때 터졌던 꽃가루는 가수들이 노래하다가 입에 들어가네 어쩌네 했던 기억이 나서 한참 같이 노래하던 중이었으니 내 입에 들어가지 않을까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으로 노래 부르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입에 꽃가루가 들어갔다. 집에 와서 씻으려고 옷을 벗으니까 옷속에도 하나 들어갔던데 이 모든게 콘서트에서의 재밌는 기억으로 남을듯하다.

가사틀리는건 컨셉인듯. 


7. 아쉬운점

본인은 발라드를 불렀던걸 아쉬워 했는데 난 오히려 발라드가 별로 없었던거 같아서 아쉬웠다. 발라드 명곡들이 대놓고 이별노래다보니 그랬었나 싶기도 한데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가 빵! 하고 띄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뭐 내가 그런쪽 노래들이 취향이니 그렇기도 하지만.

앞에서 썼던 스탠딩 얘기는 다시 곱씹어봐도 이해가 잘 되지는 않는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생각한건 티케팅으로 초반대 번호를 확보하지 않으면 절대로 용의 꼬리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all 스탠딩이어도 뱀의 머리가 되는게 낫지. 

경호팀의 운영미숙도 좀 걸리는 부분이었다. 그 좁은 공연장 입구에서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어도 시원치 않을판에 공연시작 10분전부터 어영부영 준비하더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자 컨트롤도 제대로 못하고. 각종정보는 공연 며칠전에 전달받지 않나? 그걸 토대로 계획을 세우는거고. 사람이 만단위가 넘어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정말 대형공연에서 이렇게 했으면 다시는 여기 업체에 경호 안맡길거 같다. 


8. 총평

즐거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가 그동안의 고생을 이겨내고 다시 노래를 하게되었고 그걸 정말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노래를 하니까 내가 고생했던 것처럼 즐거웠다. 그간의 고생이 윤하를 성숙시켰는지 CD를 틀어놓은거 같은 가창력이 나와서 귀가 호강했던 것도 즐거움의 한 요소였다. 

무엇보다 이런 공연을 앞으로 계속 볼 수 있다는게 이 공연으로 얻게된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모든 고생을 끝내고 새로운 윤하의 행보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