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sia의 일본 여행기 -4-
1. 왜 여기는 이렇게 잘 맞추는거야
일본여행을 앞두고 첫 해외여행이라는 부담감 자체를 제외하고 나를 가장 불안하게 했던건 바로 날씨였다. 2주쯤 전부터 여행가는 주간의 날씨가 예보가 됐었는데 4일차 목요일의 날씨에 불길한 비소식이 예보를 볼 수 있었던 첫날부터 가는날까지 계속 됐었다. 아무리 여행을 갔다고 해도 비오는 날 나가서 뭘 하기는 참 귀찮은 일이고 수요일까지 이것저것 가열차게 다녔던 이유도 목요일을 비오는 날 이래저래 돌아다니기 보단 근처에서 적당히 놀다가 끝낼 생각이었기 때문. 그래도 비가 안오지 않을까나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일정자체는 세워뒀지만 어김없이 비는 쏟아졌다. 참..
2. 근데 어차피 나가잖아
숙소에서 한발짝도 안나가고 거기서 다 해결할게 아니고 이케부쿠로 역 주변 탐방을 목적으로 삼았으면 우산쓰고 나갈텐데 일정을 소화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 싶어서 그냥 일정을 소화하기로 하고 기어나갔다. 목적지는 도쿄 경마장. 일본더비, 천황상 가을, 제팬컵등의 큰 경기가 열리는 경마장으로 우마무스메 하면서 많이 봤던 경기장이기도 하다. 때마침 스페셜 위크를 게임에서 가챠로 얻었는데 그 스페셜 위크가 우승했던 주요 경기들이 열렸던 경기장이기도 해서 가봤던 것도 있다. 숙소에서 한시간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데 지하철타고 내리면 경마장까지 가는 셔틀버스 비스무리한게 있어서 그거 타고 가면 쉽게 갈 수 있다. 경마 일정이 있는건 아니어서 경마장 문은 닫았지만..
경마 박물관은 문을 열어서 우마무스메에 등장하는 실제 말들이 다 한세대 전 말들이기도 하고 아마 애니든 게임에서든 봤던 말들의 일대기를 볼 수 있을까 해서 들어가 봤다. 안에서는 말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고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기수에 대한 특별관 비스무리한게 있었는데 응애 코리안 말딸팬 그딴거 몰라 하면서 역사상 유명한 말들에 대한 일화가 있는 전시장으로 들어가봤으나 촬영금지라 아쉽게도 구경만 하고 나왔다. 재밌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게임이나 애니에서 인기많은 애들보다 비슷한 시기에 실속을 챙긴 말들이 의외로 많은 느낌? 어쨌든 비와서 사람도 없고
경기장 근처로는 가볼 수도 없어서 박물관만 좀 보고 돌아나왔다. 나오다가 말들이 보여서 찰칵찰칵
3. 가챠는 해로운 문명 없어져야 합니다!
일본 거리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큰 문화충격이었다고 한다면 거리 곳곳에 가챠기계 한무리가 널려있는 것도 모자라서 이걸 모아놓은 가게까지 있는 것이었다. 오락실은 죄다 망하고 그자리를 가챠기계와 UFO캐쳐로 채워놓은 느낌이랄까. 한두판 재미로 해볼만 할거 같아서 들어가 봤는데 그저께 아키하바라 글에서도 썼던 거지만 뭔가 캐릭터를 뽑아야겠다 하고 생각되는 작품이나 애정하는 캐릭터가 요즘 작품에는 많이 없는걸 깨달았..던거 같았으나 아이돌마스터나 우마무스메는 혹하는 무언가가 있다는걸 가챠기계를 보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가챠기계 중에 신데마스 캐릭터 키링을 뽑는 가챠가 있었는데 쭉 보다가 카에데를 뽑는 란이 있길래 1트 간다! 하면서 돌렸더니 생판 처음보는 캐릭터가.. 열받는건 거기 있는 10종류 중에 70%를 아는 애들이었는데 모르는 애가 나오는 어처구니.. 옆에는 우마무스메 캐릭터 입간판 비스무리한걸 뽑는 가챠가 있었는데 여러종류 중 킹 헤일로가 있는 가챠를 돌렸으나 또 패배.. 그나마 여기는 사쿠라 바쿠신 오가 있었고 그걸 뽑아서 다행이긴 한데 아! 난 킹 헤일로가 갖고 싶었다고!
말했던 거처럼 가챠기계 있는 곳에 UFO캐쳐들도 있어서 보면서 같이 구경을 했는데 역시 또 혹하는게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아이돌 마스터 샤이니 컬러즈의 멤버인 히나나의 피규어가 갇혀있는게 아닌가. 사실 평범한 모습이었다면 별 흥미가 돋지는 않았겠지만 예전에 봤던 이 캐릭터의 안경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어서 다들 환장하는 마도카보다 얘를 더 좋아하는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그 피규어가 이렇게 나와서
정말 혹했고 냅다 돈을 퍼부었으나 스킬부족을 한탄하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와서 가격 보니까 캐쳐에 쏟아부은돈보다 훨씬 싸네..망할.
이케부쿠로에 돌아와서 가챠랑 UFO캐쳐에 돈을 적립하기만 한건 아니다. 여기에 무려 애니메이트의 본점이 있다고 해서 거길 방문해봤는데 비가 엄청 오는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사실 아키하바라에서 봤던 내용물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뭘 사야겠다 생각드는건 없었는데 게임 굿즈 코너에 지나칠 수 없는게 있어서
찍어봤는데 아니 굿즈 종류별로 키사라 하나도 없는거 실화냐? 키사라가 있었으면 다 사제꼈을텐데 뭔가 한국가면 있을거 같았고 키사라가 없어서 포기하고 옆으로 좀 가니까 이건 도무지 지나칠 수 없어서 건진 전리품 하나가 여기.
아틀라스 샵이라고 아틀라스 게임들 캐릭터 굿즈가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내 인생게임의 주인공이 있는걸 두고갈 수 없어서 냅다 구매했다. 계산줄이 30분이 걸릴줄 알았으면 밤에 다시올걸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집에다 진열해 놓으니까 기분은 좋더라.
대략적인 동네구경은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서 방문한 곳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반다이남코 크로스스토어라는 곳. 우연히 길가다가 오픈했다는 포스터를 보고 얘네 게임이며 매체며 좋아하는게 워낙 많으니 가면 꿈과 희망을 볼 수 있겠구나 했는데 여기도 가챠&UFO캐쳐 전문점 이었다. 들어가면 적어도 아이마스 관련 상품들은 많이볼 수 있을줄 알았다고.. 어쨌든 또 구경하다가 가챠기계에서 카구야님은 고백받고 싶어의 굿즈를 보고 하야사카가 있는걸 보자마자 또 눈이 돌아가서 동전을 꼬라박고 또 처참하게 패배했다. 애정캐는 못 뽑는다가 현실가챠에도 적용되는 줄 알았으면 이렇게 돈을 꼬라박지는 않았을텐데.. 열받는건 내가 이 기계를 품절시키고 마지막으로 뽑은게 중복 회장이라는게 또 열받는 포인트였다. 여튼 가챠겜은 무과금으로 하니 돈을 안써서 기분만 나쁠 뿐인데 실제 돈을 쓰니까 충격이 더 크더라. 연이은 카구야님 뽑기에서 하야사카는 구경도 못하니까 마음이 확 꺾여서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비는 이때쯤 슬슬 그치기 시작했다.
4. 오타쿠는 수미상관 연출에 약하다구요
오락가락 하던 비도 그치기 시작했고 집에 가져갈 기념품들도 근처 대형마켓에서 사서 비가 계속 왔다면 일정은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비가 어느덧 그치고 해가 뉘엇뉘엇 지는 시간이 되자 마지막 여행장소로 생각했던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로 향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페르소나5의 주말 데이트장소이기 때문이지만 사실 첫날 첫 관광지가 도쿄타워였고 제목의 드립을 치고 싶어서 마지막 여행지로 정했다는게 진짜 이유. 뭐 마지막 야경을 보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갔는데 매표소에서 직원이 안개가 많이 꼈는데 올라가도 괜찮겠나요? 라더라. 비구름이 완전히 걷힌건 아니라서 시야가 많이 안좋다는 얘기였을텐데 그래봐야 얼마나 별로겠어 하고 그냥 올라가 봤다.
비가 아직도 오락가락 하고 뷰도 별로 안좋다 보니 사람도 별로 없었고 오래 볼게 없어서 적당히 보고 내려왔다. 다음에는 맑은 대낮에 오는게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5. 입욕제 이야기
숙소의 화장실은 세면대 하나 변기 하나 욕조 하나로 이뤄진 전형적인 숙소 화장실 이었다. 여튼 욕조를 보자마자 바로 생각난게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봤던 입욕제 였는데 숙소 편의점에는 없었고 어디 상점같은데 갈때는 또 그걸 까먹고 안사서 숙소 돌아오는 길에 다른 편의점에서는 꼭 사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들어간 편의점에서 입욕제를 발견하고 마지막 날에 와서야 써볼 수 있게 됐다..만 사실 잘 모르겠다. 우마루 봤을 때 들어가면서 쓰던걸 그때는 기억하지 못해서 물 받으면서 넣어서 그런지 별 느낌이 없었던게 참 아쉬운 부분.
마지막 밤을 지새우기 좀 안타까워서 이것저것 마무리로 사먹어봤다. 그래봐야 술이지만.
여행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