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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Music

쿠라키 마이 내한공연 후기

by 레온하트 2009. 11. 15.
쿠라키 마이라는 가수가 데뷰한지 다음달이면 10주년이다. 그리고 내가 이 가수의 노래를 알게된지는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10년동안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연을 했던적이 단한번도 없었다. 광고문구처럼
물건너 나라의 최고 여자가수인데 말이다. 그녀를 좋아하는 많은 대한민국의 팬들이 그녀의 내한공연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지난 10년이 드디어 어제 결실을 맺었다. 바로 데뷰 10주년 콘서트의 코스에 대한민국이 포함된것. 이 좋은 기회를 놓칠수없어
알바까지 하면서 없는돈을 모아 그 현장에 내 몸을 들이밀수있게 되었다. 하루가 지난 오늘, 그 이야기를 풀어내볼까 한다.

1. 운수좋은날
굉장히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그곳까지 가는데 대중교통을 5분이상 기다리지 않았기 때문인데 심지어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종로3가의 5호선환승에서 무려 앉아가는 호사까지 누린다. 이 운수는 돌아올때까지도 계속 이어져서 왔다갔다하는데 전혀
어려움없이 편안하게 다녀올수있었다. 쿠라키가 나눠준 운이라고 생각하련다.

2. 원행(遠行)
딱히 먼거리는 아니지만(사실 수도권에서 서울동부가는데 원행이라고 하면 지방에서 온사람들이 날 죽이려 들겠지.)
처음가본 길이기 때문에 저런 제목을 붙여봤다. 5호선 지하철을 탔던적도 손에 꼽을만큼 적은 데다가(주로타는건 1,2,7호선.)
학교에서 MT갔다가 집에 오는길에 의정부북부역(현재 가능역)에서 집에오는 지하철을 탄 이후로 가장 먼거리를 지하철로
달렸었다. 이런 이유때문에 가는길이 굉장히 불편했었다. 특히나 잘 모르는 길이기 때문에 공연장을 못찾으면 어쩌나 하는
그런 불안감에 벌벌떨었었다.

3. 아니나다를까
역에 도착하고 나니 어디가 어딘지 감이 안잡히는 것이다. 날도 어둡고. 이정표는 있었지만 정확한 지도가 없어서 주변을
둘러보고 난리도 아니었다.(200m밖에 안떨어져있으면서 왜 안보이냐며 투덜거렸다.) 몇몇사람들이 향하는 길을 따라서
공연장에 도착할수있었다.(사실 별로 어렵진 않았다.)

4. 공연장풍경
공연장에 가본적이 없어서 원래 그런 공연장이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그냥 평범했다.
뭐랄까 극장같은 느낌이랄까. 굉장히 시끄러운 분위기일줄 알았는데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5. 공연
밴드와 댄서들이 등장하자마자 장내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한껏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앉아서 버틸수없었는지 다들 일어나
공연을 시작했다. 쿠라키의 등장과 시작된 Baby I like로 공연장은 이미 용광로상태. 다음에 나온 mi corazon의 끝부분에
시작된 2.5배(본인추정)빠른 비트의 새로운 버전은 어느 앨범에 넣어주면 소장하고싶을정도로 노래가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는 key to my heart와 바람의 라라라가 한번에 나왔던 부분에서 가장 큰 감동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듣고싶던
노래들이 이어져 나오니까 말못할 감격에 전율이 쫙 오르더라.
이어서 시작된 발라드 파트에서 원하던 발라드곡은 하나도 안나왔지만 The rose와 Beautiful의 존재가 위안이 되었다.
만나고 싶어서가 나올때는 저 자리에 state of mind가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의상으로는
좀 무리겠지..하면서 위안을 삼아야했다. Stay by my side와 Secret of my heart는 언제들어도 참 좋은 노래인것같다.
쿠라키의 유창한 한국어를 듣고(정말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더라.) 몇몇 팬들의 재밌는 반응도 듣고 다시 날뛰는 시간이
시작됐는데 분위기를 띄워주는 각종 업템포 노래들이 관객을 압도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면서
노래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채 음악에 몸을 던졌었다. 그 듣고싶던 Stand up의 무한리필을 들을수있어서 개인적으론
대만족.
열화와같던 공연을 끝내고 못내 아쉬웠는지 관객들의 Mai-K콜이 시작됐고 이윽고 머천다이징옷을 입고 공연팀이 입장했다.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앙코르 요청을 안하면 그냥 가는건가? 무한도전에선 앙코르 안하니까 박명수는 그냥 가더만..)
이어서 시작된 앙코르 공연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그냥 계속 달궈진상태에서 미쳐있었다. Chance for you는 쿠라키가
한국어로 중간에 부르면서 관객들이 일어판을 불러야할지 잘 모르는 한국어판을 불러야할지 혼선이 오면서 순간조용.
순간 모두가 멍때리는상황이 좀 재밌었고 쿠라키가 바로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게 멋졌다. 역시 대단해.
(내자랑은 아니지만 난 노래 불렀다. 가사는 틀렸지만. 왜 "마음을 정했다면 양팔을 벌리고~"로 시작하냐고..)
마지막곡은 언제나 그렇듯 Always.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눈을 감고 생각해"(노래가사).
그 이후로는 계속 Always give my love의 연속. 목청껏 노래를 불러제꼈다. 즐거운 기억이 될것같다.
이걸로 공연은 끝나고 밖으로 나왔지만 뭐 분위기는 처음 그대로였다. 다른점이 있다면 많은사람들이 필요가 없어진 광고용
포스터를 뜯어서 돌아가고 있었다. 뭐 나도 하나 가지고 왔지만.

6. 최고의 공연
2년전의 내한에서 공연이라고 부를수있을만한 아시아송페스티벌에서의 쿠라키는 솔직히 말하면 별로였다. 의상도 그렇고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여러모로 예쁜 자신을 가리는 코디를 하고 온게 가장 큰 이유인데(그 다음날에 괜찮았던 코디를 생각
하면 그때는 정말..) 이번의 공연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낸 공연이 아닐수가 없었다.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많은 신경을 써서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공연을 해주었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
공연에 나온 노래 자체는 생각해보면 평범한 선곡이다.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신곡이 나온것도 아니고 모든 노래들이 예측
범위내에 있는 노래들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그랬다. 하지만 그 노래들을 거의 쉬는시간도 없이 본인이 낼 수있는 가장
괜찮은 가창력으로 소화해내고 관객의 좋은반응을 이끌었다는 것에서 정말 좋은 공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관객이 굉장히 많았다. 물론 입추의 여지없이 꽉찬건 아니지만 어디서 듣기론 2000석 규모라고 하던데
거기를 거의 다 채운것을 보니까 사람들이 얼마나 이 공연을 기다려왔는지 이런 기회를 잡기위해 했던 노력을 느낄수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그렇게 많이 마니악하지는 않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많은수의 관객이 채워진 공연장이
쿠라키가 공연을 하는데 더욱더 열정을 갖게해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그런 사람들과 함께 즐기니까
더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

7. 아쉬운점&궁금증
솔직히 너무 멀다. 서울이 아니지만 거기보다 더 가까운 도시들이 많을정도로 거긴 너무 멀었다. 서울중심가에 쓸만한 라이브
하우스가 없다는게 참 아쉬웠다.
좋아하는 노래중의 하나인 '내일에 놓는 다리'를 쿠라키가 안불러준것이 공연내에서의 가장 큰 아쉬움.(불러줬음 하는 노래가
안나온거 빼고.) 난 반주가 한번 끝나면 나올줄 알았다.
그리고 물품들은 뭐 이리 비싼지.. 돈이 없는 내탓을 해야겠지만.. 그중에 가장 갖고싶던 팜플렛이 가장 비쌌던게 제일 아쉬운
부분.
궁금한건 공연시작전에 왜 쿠라키 노래가 아닌 마이클잭슨의 노래가 나온것일까. Thriller앨범의 명곡들이 재생이 되고 몇몇
다른 팝송들이 나왔는데 도무지 의도를 이해할수없는 부분. 노래를 틀지말든지 쿠라키노래를 틀든지 해야되는거 아니었을까.

8. 총평
이렇게 돈내고 가수의 라이브공연을 가는건 생전처음인데 쿠라키를 원망하고 싶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보여주면 앞으로 
그녀의 공연이 아닌 다른공연을 어떻게 보라고 이렇게 공연을 해버린단 말인가.. 혼자 방에서 영상으로 봤던 공연이 아닌
지금 이시간 내 앞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공연에 대체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야 내가 이 공연에 만족했는지의
정도를 표현할 수 있을지 알수가 없다.
점으로밖에 안보이던 아시아송페스티벌을 시작으로(솔직히 좀 오버인거같기도 하다.) 이런저런 행사를 거쳐 내한공연까지
다다른 모든 행사를 참여해서인지 이번의 공연이 더더욱 감격적이다.
넓은범위에서 봤을땐 선곡도 의상도 평범한 공연이겠지만, 그 공연이 일본도 대만도아닌 대한민국에서 펼쳐졌다는 것에서
이 공연이 갖는 의미는 너무나도 크다. 더욱이 이 글을 쓰고있는 내가 처음으로 직접 그녀의 공연을 느꼈고 즐겼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그 무엇보다도 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쿠라키 이외의 공연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년에도 한국에서 공연해줘야 한다. 이미 난 당신의 포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