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상

특전도 선착순이라니..

내 인생만화 슬램덩크. 연재 당시에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비주류였던 농구라는 스포츠를 단숨에 메이저 스포츠의 반열에 올릴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사실 현재의 동북아 농구인기는 슬램덩크에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뜨거운 청춘만화가 농구라는 스포츠에 줬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는 짐작할 수 조차 없다. 연재가 끝난지도 30여년이 흐른 지금. 정말 난데없이 슬램덩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많은이들의 기대와 우려속에 지난 12월 일본에서 새로운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했다. 그리고 이번주. 한국에도 개봉을 하게 됐고 천만다행으로 더빙판도 같이 개봉을 하게 되어서 더빙판으로 냅다 달려가서 감상하고 왔다. 오늘은 좀 뜨거운 이야기.

 

1. 왜 산왕전이었을까

많은이들이 바라고 바랐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슬램덩크 작중의 마지막 상대인 산왕과의 경기가 메인이 된 이야기로 진행이 됐는데 이런저런 경기중에 왜 산왕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런저런 명경기 중에 이 경기가 선택된 이유는 농구라는 스포츠가 보여주는 매력이 이 한경기에 다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수의 전환이 굉장히 빠른 스포츠 특성상 흐름을 타는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 흐름을 만드는 작전이라든지 분위기를 전환하는 공격과 수비가 이 한경기안에 전부 농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거라면 그간 애니메이션에 나오지 않았던 산왕전이 선택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당연하다고 봐야된다는 이야기. 이런 경기에서 에이스도 중요하지만 이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포인트 가드가 정말 중요하고 여기서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등장하게 된다.

 

2. 송태섭

경기 중간중간 송태섭의 어린시절과 현재까지의 인생굴곡과 여러 만남들을 다루면서 슬램덩크 원작당시에 있었던 여러 일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주었다. 원작당시에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밋밋한 캐릭터였던 송태섭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뭔가 부족했던 캐릭터성도 챙기고 오히려 그런 부족함 덕분에 새로운 이야기도 풀어나갈 수 있는 여러 좋은 효과를 만들어냈다. 30년전의 작은 디테일을 여기서 챙겨내는 것도 정말 감탄했고. 그런 하나하나의 작은 계기가 뭉쳐서 산왕전 경기를 잘 치룰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는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참 사람 울리는 전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

 

3. 우려의 3d는

생각보다 굉장히 괜찮았다. 뭔가 더 스포츠 경기 보는 것 같았고 부드러운 움직임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사실 옛날만화의 거친 작풍으로 나왔다면 복고는 느껴졌겠지만 실제 경기에서 보여지는 묵직한 피지컬 싸움같은 디테일한 부분은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 애니가 옛 향수를 주무기로 사용한 애니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농구 경기에 대한 양보는 하고싶지 않다는 의지를 보여준 3d화였고 그걸 굉장히 잘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해낸게 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4.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산왕전의 전개는 정말 감동의 연속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특히나 여태까지 상대해왔던 북산의 상대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빈틈없는 멤버구성에 숨막혀하다 그걸 뚫어내고 극복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몇백번을 봤던 경기지만 또 똑같은 부분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이미 봤던 사람들의 감동을 재현한다는 의미에서도 산왕전의 선택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듯.

 

5. 총평

슬램덩크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확실한 선물이 될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나오기 전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그걸 전부 불식시킨 좋은 작품이었다. 주인공이 바뀌고 경기의 시점이 바뀌면서 또 새로운 경기를 보는거 같은 기분도 좋았고 마지막 부분의 감동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오히려 농구팬이 더 좋아할만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문제는 한국에 농구팬이...크흑!) 이걸로 언젠가의 새로운 슬램덩크를 바라보는건 욕심일까 싶지만 무심코 바라게 만들어 버린 멋진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시점이 송태섭이어서 그런가 한나가 정말 예쁘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