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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Sports

조용한 왕조의 끝을 하릴없이 지켜보면서 쓰는 나와 샌안토니오 스퍼스 이야기

by 레온하트 2011. 5. 1.
샌안토니오라는 도시는 불과 15년전만 해도 레슬링팬들이나 아는 도시였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안사는
멕시코에 인접한 미국 서부도시에 대해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조사를 해보니 미국에선 꽤나 큰 도시에
속하는 모양.) 이 도시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 도시의 유일한 연고 스포츠팀인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한명의 대형신인이 입단하면서 시작되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그 신인의 이름은 팀 던컨. NBA의 2000년대를
자신의 이름으로 새겨놓은 전설의 등장이 나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인연의 시작이기도 하다.

자세히 보니까 얼음 의자였네;;


남들처럼 나도 마이클조던과 슬램덩크 때문에 농구를 좋아하게 됐다.(농구 좋아하는 내 나이대 사람들은

이렇지 않은 사람이 없을듯.) 하지만 조던이 은퇴하고 나서는 우리나라에서 NBA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고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NBA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나는 하나의 책 때문에

농구와 NBA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게 되었는데 바로 이 책이었다.

어디갔는지 왜 우리집에 없나 모르겠다


바로 국민학생의 아이돌 뚱딴지의 NBA소개 책. 농구팀 소개와 스킬소개등이 들어있었던 책으로 기억하는데

그 중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게 바로 스퍼스에 대한 소개. 대략 다른 팀은 팀 역사와 현재 위치등을 주로 기술

해서 썼는데 스퍼스에 대한 얘기는 역사와 팀 던컨 얘기뿐이었다. 올해 드레프트에서 던컨을 뽑았으니 올해는

기대해볼만 하다. 라는 얘기를 써놨던 기억이 난다. 그게 왜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던컨이라는 선수와 스퍼스라는 팀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이 책의 예상처럼 스퍼스는 던컨의 데뷔시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그의 등장이 스퍼스를 최강팀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후 레이커스의 3연속 우승으로 NBA의 무게축은 서부쪽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그 중심에

스퍼스가 있었던 것이 2000년대를 수놓은 스퍼스 왕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스퍼스의 03년도 우승까지는 직접 목격하지는 못하고 소식으로만 들었다. 오전에는 학교에 쳐박혀야 하는

학생이라는 입장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국내에서도 NBA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이 입장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이들의 우승을 내 눈으로 직접 목도한 것은 05년의

감격적인 우승이 처음이었다. 던컨의 부상에 지난시즌 우승팀과의 맞대결, 리그 최고 수비팀간의 대결등

많은 화젯거리는 있었지만 마지막의 이유 때문에 역대 파이널 중에서 가장 시청률이 낮았던 파이널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의 질은 굉장히 높았고 재밌는 시리즈였다고 생각한다. 5차전인지 6차전

인지 우승이 넘어갈판에 극적으로 동점 만들고 연장에서 역전해서 우리 홈으로 끌고왔던 그 경기에 마지막

7차전에서 결국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볼때 누가 재미없다고 욕을 하더라도 이 팀은 내게 즐거움만을 주는

팀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은 막연한 팬이었다면 05년의 3번째 우승부터 본격적으로 팬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07년에는

현재 최고의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를 4:0으로 무난하게 잡고 우승을 하면서 스퍼스라는 팀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져 갔다. 

조용하다는 말이 이렇게나 잘


던컨과 함께 했던 4번의 우승이 정말 크게 보인다


4년이나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이 팀의 화려한 시절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드는 탈락이 계속됐고 해를 거듭할수록 최종 라운드도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작년의 안좋은 성적은 올해를 우려하게 만들기 충분했고 팀의 특성상 좋은 선수를 비싼돈들여 영입하기가

힘든 사정이 우려를 더욱 가속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올해 굉장히 잘했고 리그 82경기중 81경기 동안

전체 1위를 지키고 있었다. 마지막에 미끄러지긴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부1위였고 5번째 우승을 위한 항해는

순항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인 멤피스는 강했고 우리는 정규시즌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약점을 노출하면서 시리즈를 내주고

시즌을 마치게 됐다. 아쉬웠다. 뼈가 사무칠정도로. 하지만 진것이 아쉬운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라는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이고 1위가 8위한테 패배하고 무너진 것이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우리만이 하위시드

팀에게 무너지고 떨어진게 이유도 아니다.

이 패배가 뼈가 사무칠 정도로 미칠듯이 아쉬운 이유는 이들과 함께 했던 승리의 역사가 과거가 되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스퍼스와 함께 해온 사람들에게는 던컨시대라는 것이

확실히 존재했고 그 시절이 정말 행복했다는 것이 당연한 인식이었을 것이다. 그 행복이 너무 당연했던 나머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서서히 끝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이들이 태웠던

투혼은 너무나도 반짝였다. 그래서 이 패배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것이다.


하지만 이 패배를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이 있었다. 절대 스퍼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NBA를 좋아하고

농구를 좋아하는 이상 샌안토니오 스퍼스라는 팀을 계속해서 성원하고 지켜볼 것이라는 정말 당연한 생각을

다시한번 다짐을 하게 되었다. 팀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이상 독보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지금까지 힘들게 노력해왔다는 것이 내가 이런 팀을 좋아하게 됐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어줬다. 슬픈중에도 기뻤다. 좋아할 새로운 이유를 생겼다는 기쁨이 안타까운 패배도

한 시대의 끝이라는 슬픔도 지울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는 내년을 안타까운 마음이 아닌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불꽃은 갈수록 약해지고

결국엔 꺼지겠지만 그 불꽃을 다시 태울 수 있는 샌안토니오의 영웅이 또 탄생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언젠가 누구의 시대이든 간에 홈구장 AT&T 센터에서 그들을 응원할 날이 꼭 올 것을 기다리면서 올 시즌에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저 앞에 우승컵을 놓고 사진 찍기를 바란다



다음글은 작년처럼 NBA우승팀 예상글. 이렇게 빨리쓰게 될줄은 몰랐다. 아니 안쓸줄 알았다. 글을 보면

알겠지만 스퍼스가 관계되면 객관적이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파이널에 올라갔으면 글을 안썼을텐데. 어쨌든

글을 쓰게될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