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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Music

윤하 앵콜콘서트 후기

by 레온하트 2018. 3. 11.

작년 크리스마스에 펼쳐졌던 윤하의 앨범발매콘서트 RE. 5년이 넘는 기간동안 기다려왔던 새 앨범과 1년 반을 기다렸던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서는 정말 좋은 기억이었지만 그거 말고는 별 재미는 없던 콘서트였었는데 그때의 아쉬움을 가까운 시일내의 콘서트로 풀어주지 않을까 예상을 했었고 그 바람은 오늘의 앵콜 콘서트 RescuE로 이루어졌다. 그간 그녀를 기다려왔던 인고의 시간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듯한 최근의 3개월이었는데 그 방점을 찍어주는 오늘의 콘서트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1. 멀? 가?

늘 그렇듯 시작은 공연장 얘기. 한남동쪽에 있는 공연장인 블루스퀘어라는 곳에서 열렸는데 그간의 멀가멀가 패턴에는 조금 맞지않는 어중간한 거리에 있는 공연장이었다. 이대나 합정과 비교하면 멀고 코엑스나 올림픽홀에 비하면 가까운 편이라 전보단 가깝지만 순수한 거리는 좀 되는 그야말로 중간의 공연장. 도착해서 느낀 첫 느낌은 아담하고 조용한 느낌의 공연장이라는 것.


2. 너무 일찍 도착해서

공연상품도 지난 콘서트의 재고처리였고 공연장의 규모도 크지 않아서 입장에 대한 부담도 별로 없을거 같아서 여유롭게 가겠다는 생각으로 출발을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와서 주변을 좀 둘러봤다. 동네가 부촌이라 그런가 전반적으로 자연에 덮여있고 조용한 동네였다. 차 있으면 여기 살기 정말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100년을 월급을 모아도 거기다 집을 살까 말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자 급 서글퍼진건 비밀. 아무리 날이 좋아졌어도 마냥 돌아다니기에는 추운 날씨라 카페에서 멍때리다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오늘 최고의 감동포인트였던 무료사물함을 발견했다. 공연장이 지하로 쭉 이루어져있는 구조였는데 각 층마다 100개가 넘는 사물함을 공짜로 운영하고 있는 것에 가장 큰 놀라움과 감동을 받았다. 입장할 곳 가까이에다가 짐을 놓고 공연장 앞을 서성이면서 기다렸는데도 30분 이상을 밖에서 멍때렸던것도 비밀.


3. 좁아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경치는 나쁘지 않았다. 근데 문제는 주변이 너무 좁다는 것. 의자도 불편하고 자리도 다닥다닥 붙어있고 여러모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보기에는 좋은환경은 아니었다. 왜 스탠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정도로 좁아터진 주변환경에 일단 멘붕. 야광봉도 맘대로 못흔들정도 였으니 말 다했지..


4. 밀린 방학숙제

공연 시작부터 중반부까지 이번 5집앨범의 수록곡을 불러제끼는걸 보면서 자연스레 들었던 생각. 뭔가 쫓기는 듯하고 한꺼번에 처리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한꺼번에 5집 노래를 불렀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콘서트처럼 적당히 순서배분을 해서 분위기를 잘 타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한번에 불러버리고 후반에는 예전 노래들만 부르다 보니까 뭔가 1부는 뉴윤하 2부는 구윤하로 나뉜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 안에서도 조금씩 분위기를 올리는 선곡의 배치는 충분히 감탄할 수 있었던 부분. 뭐 어쨌든 2017년의 노래 Parade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안무가 오늘 공연의 챠밍&킬링포인트.


5. 챈슬러

이번앨범에서 어쨌든 가장 신나는 노래인 Feel의 피처링을 담당한 챈슬러가 등장하여 Feel과 자기노래 두곡을 불러줬다. 유쾌한 모습과 소울 가득한 목소리에 반한 팬들이 많았다는 첫날의 제보가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왜 사람들이 좋아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노래도 잘하고 분위기도 잘타는 재밌는 사람이라 맘에 들었다. 오늘 부른 노래를 듣고 있는데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다. 언젠가 복면가왕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엄청 예전에 나온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2라운드까지 올라갔던듯.


6. 소리질러!

저번 콘서트에서 안타깝다고 했었던 방방 뛰면서 신나는 노래를 같이 즐기지 않았던걸 오늘 모두 해소해냈다. Propose부터 Parade, Feel까지 이어지는 5집의 업템포 노래들도 그렇고 후반부 Rock like star로 시작된 약속의 로큰롤타임까지 신나는 분위기에서 야광봉 흔들고 머리 흔들면서 즐길 수 있었던건 정말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그 와중에도 좁아서 더 신나게 못뛰었던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당시는 신났으니 괜찮지 뭐.


7. 기미사

윤하의 이별에서 느끼는 3단계 과정을 녹여낸 명곡 기다리다, 미워하다, 사랑하다를 하나의 노래로 묶어서 들려줬는데 전체적으로 기다리다의 멜로디에 각 노래들의 1절분량을 미워하다, 기다리다, 사랑하다의 순서로 불렀다. 어쨌든 처음에 기다리다 멜로디가 나오는데 미워하다를 불러서 미워하다 초반부에 기다리다 후렴구 마무리는 기다리다 미워하다 사랑하다 죽겠어를 들려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기대에 차있었는데 단순한 노래 합치기라 좀 아쉬웠다. 그와는 별개로 목소리도 너무 좋았고 기다리다 말고는 잘 안부르던 다른 노래를 들을 수 있던건 나름 수확..인데 사랑하다는 재작년에 불렀던가?


8. 서로가 서로를 고마워하는 사이

늘 그렇듯 My song and..는 라이브로 들으면 뭔가 울컥한다. 노래를 부르는 본인이 울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들으면 내 앞 무대에서 열창하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샘솟기 때문인거 같다. 늘 언급하는 얘기지만 전부터 멘탈이 바사삭 부서질만한 일들이 많은 가수였다. 자처했든 아니든 크고작은 문제에 휘말렸던 그녀였고 그때마다 다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을거 같은데 결국 다 극복해내고 지금까지도 계속 자신이 가진 가장 큰 재능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걸 멈추지 않는걸 팬으로서 고마워하지 않을수가 없고 그 감정이 저 My song and..라는 곡에 그대로 담겨져있어서 그런가 들을 때 마다 울컥하게 되는거 같다. 윤하는 그 고마움을 온전히 자기 앞에서 자기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돌리고 있으니 이 노래를 들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재밌는 상황이 발생하고 마지막 가사인 '네가 있어 행복한 나'를 서로 부르겠다고 떼를 쓰는 장면까지 보게 되었다. 


9. 총평

유쾌한 공연이었지만 그냥 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짧았고.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여름의 소극장 공연까지 기다릴 동력은 얻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인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된다.(연말까진 너무 기니까 제발 했으면..) 날뛰는 로큰롤타임에 혜성도 못듣고 486도 못들은건 또 다른 안타까운 점이지만 간만에 좀 더 둘이서를 들었던 것에 일단은 만족해야 할듯. 지난 공연에서 1,2,3를 들었기 때문에 이제 미련은 없지만 한번 들었더니 또 듣고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어서 그냥 언급은 해야겠다. 뭐 이제는 콘텐츠 같은 느낌이라.. 언급을 안할수는 없는 그런 기분. 오늘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면서 계속해서 고마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고마움이라는건 상호적이지 않을까. 일방적인 고마움이라는건 사실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나는 노래하는 윤하가 계속 내 앞에 있다는거 자체로도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데 윤하로서는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이 없다면 노래를 부를 일도 없을테니 그 앞에서 노래를 들어주는 팬들이 고마울 것이다. 결국 서로가 서로의 위치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복돋아 줌으로써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 생기는거고 관계라는 것이 생기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서로의 위치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사랑할 수 있는 관계가 오래 지속됐음 좋겠다. 그만큼 윤하라는 사람의 존재가 기쁘고 고맙고 그런 뭔가 오글거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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