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가을. 윤하의 20주년을 마무리하는 연말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다. 20주년을 워낙 가열차게 달려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재충전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기간을 갖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말의 앵콜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사실 늘 있는 패턴이긴 함.) 늘 이맘때쯤 있는 만남이지만 그 설렘과 새로움은 그대로인 이번 콘서트는 어땠는지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1. 을씨년스런 올림픽 공원은 이제 Naver.
오늘의 공연장은 올림픽 공원에 있는 KSPO 돔. 작년부터 계속해서 만나고 있는 큰 규모의 공연장이다. 작년 늦겨울에 만났던 것처럼 봄의 스타트라인을 끊는 듯한 따듯한 날씨가 나를 반겼다.(다시 추워지는건 좀 거지같긴 하지만.) 그때처럼 가볍게 산책 하면서 느낀건데 정말 좋은 공원이고 볼거리도 많은 곳인데 늘 이런 쌀쌀한 날씨에 와야되는건 참 아쉬운 부분이다. 신록의 혜택을 받는 날에 공연을 보러 오는 날은 언제가 될까.
2. 공연장 풍경
주변에 여러 행사들이 같이 펼쳐지고 있어서 정말 사람들도 엄청 많았고 날도 좀 풀려서 그런지 여러모로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좋았다. 주변에 윤하가 최근 콜라보한 모 스티커 사진 부스가 있었는데 누군가와 같이 왔으면 한번쯤 기다려봤겠지만 그게 아니었고 생각보다 사람도 많았고 해서 포기했다. 언젠가 얘기 했던건데 주변에 이런 재밌는 행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하나씩 이뤄지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더 많아지기를.
3. 공연시작
공연시작 전에 무대에서는 공연에 대한 메시지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다양한 소회들이 있었는데 윤하의 공연 하나에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묻어나오는게 나름 감성적이었다. 이런 희노애락이 함께해온 지난 시간들과 같이 쌓여왔고 앞으로도 쌓일 기억들일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의 시작은 저번부터 같이 해준 댄스팀이 이번앨범의 노래들을 소재로 화려한 댄스를 보여주며 시작됐다. 그리고 같이 나타난 퀘이사호와 함께 등장한 윤하가 첫곡인 태양물고기의 가사를 시원하게 먹으면서 공연의 시작은 화기애애하게 하게 되었다.
4. 티케팅은 의도한대로 흘러갔지만
공연무대의 배치를 보자마자 내가 생각했던 티케팅 위치는 T자형 무대를 양쪽에서 다 볼 수 있는 앞자리였고 그 의도를 관철시키는 역대급 티케팅 성공을 통해 정말 좋은 위치에서 윤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몇곡까진 좀만 윤하가 얼굴을 돌려도 눈이 마주치는 기쁨에 정말 즐거웠는데 중간에 앞의 무대로 옮겨가게 되니 이게 생각보다 너무 앞으로 가서 내자리에선 등밖에 안보이는게 뭔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5. 너무 부럽자나
공연초반 Growth Theory의 수록곡들을 쭉 부르고 다시 나와서 신나게 날뛰는 시간은 오르트 구름으로 시작했는데 가운데 무대로 가더니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게 아닌가. 노래 후반은 그냥 밑에서 스포츠 선수 팬서비스 하듯 돌아다니면서 부르는데 여태처럼 왜 티케팅이 어정쩡하게 안되고 의도한대로 된걸까 하면서 맹렬한 부러움에 몸을 떨었다. 아니 근데 오르트 구름을 또 불러? 막 마이크 주면서 노래 같이 부르는데 저 자리가 왜 내자리가 아니고 맨 앞에 있었던 건가..
6. 사소한 실수들 귀여워
시작부터 나왔던 가사 먹은 실수도 그렇고 유난히 사소한 미스들이 계속 나왔던 공연이었는데 그런것들이 분위기 환기에 도움이 됐던거 같다. 재미도 있었고. 최근에는 그런 덜렁이 속성이 잘 안보였던 것도 나름 즐거움의 하나지 않았나 생각. 마지막의 춤 삑사리가 그 재미의 절정이지 않았나.
7. 꽃가루 파티
초반의 퀘이사부터 뭔가 중요순간마다 꽃가루를 터뜨리더니 5번이나 꽃가루를 펑펑 터뜨려댈줄은 생각도 못했다. 내가 정말 앞자리에 그 꽃가루 터뜨리는 기구 바로 앞이어서 그런지 그걸 무더기로 계속 두들겨 맞았더니 마지막에는 의자가 꽃가루로 가득차서 방석처럼 되더라. 좀 과했어.
8. 총평
좋은공연이었다. 어쨌든 여기 올때는 계속 괜찮아지는 날씨도 좋았고 다시 그 큰 공연장에서 윤하를 만나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정말 좋은 자리에서 가까이 윤하를 볼 수 있었던 행운에 더해 눈도 마주치고 손도 흔들고 하면서 같이 상호작용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좋은 경험이었다. 공연 콘셉트가 이번 3부작 앨범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거라 최근에 발표됐던 노래 위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던거랑 왜 무대 아래에 내려가서 마이크를 넘겨주는 자리에 내가 없었는가 하는 사소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뭐 그걸 앞의 상호작용으로 퉁쳤다고 생각해야지. 아 그리고 무대 중앙에 윤하가 가 있을때 문득 뒤를 보니 위에서 신나게 춤추는 분들이 있던데 정말 재밌어보이더라. 저정도로 빈자리가 어떻게 남았고 저사람들이 어떻게 거기 있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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