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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Game

게임 셧다운제?

by 레온하트 2011. 4. 21.
블로그에는 시사적인 내용은 쓰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편이다. 방문해 주시는
불특정 소수의 사람들에게 평범하게 음악 좋아하고 애니 좋아하는 블로거로 인식되고 싶기 때문인데
하지만 세상일은 늘 맘같지 않고 나를 정말 열받게 하는 일들도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그럴때는
여기다가 내 생각을 표출하기도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같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들어서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일은 여성의 인권신장이라든지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보호가 아닌 게임산업 죽이기다. 이들의 주옥같은 헛소리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수있으니
여기서까지 글씨를 희생해 가면서 쓰지는 않겠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게임중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고 그걸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 가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저 말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게임중독은 확실히 사회적 문제고 그걸 해결할 방안은 꼭 필요하다. 담배나 알코올같은
약물중독도 문제지만 게임중독도 비슷하게 무서운 중독임에는 틀림이 없고 어찌보면 더 심한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담배나 술보다 싸기 때문.)
이런 무서운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의논하고 궁리해봐야 하는건 확실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이 청소년들이 오전 12시부터 6시까지 게임을 못하게 꺼버리는 셧다운 제도라는건
이들이 게임중독 문제에 대해 궁리를 한 것인지 정신을 놓고 헛소리를 생산한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게 한다.
다른 모든것을 제쳐놓고(다른 모든것에 대한 얘기도 하겠지만 일단은.) 왜 저게 대안이 되는건지조차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저 제도를 시행하면 행복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행복해지겠는가? 청소년들의 생활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단점이
여기서 나오는데 공개된 공간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각자 집에서 게임을 하는 이 세상에 모니터 밖의
사람이 15살짜리 청소년인지 50살 아버지인지 알 방법은 가입당시의 신상정보 기입란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50살 아버지의 컴퓨터까지 셧다운을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게임을 즐길수도 있으니까.
여기서부터 허점이 생기는 제도가 과연 어느정도의 실효성이 있을지 어린애도 알 것 같은 답안이지 않은가.

부모님들은 확실히 불행해진다.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부모님의 신상정보를 도용하는 사례는 전보다 더
늘어날 것이며 그걸 해킹 등으로 알아낸 사람들이 팔아먹은 정보는 더 멀리 퍼져나가 조선족들의 한국 사이트
ID 만들기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것 뿐일까 자녀들이 나도 모르게 캐시를 지르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고
좀 질나쁜 자녀가 온라인 게임 사기를 치다가 걸려도 신상정보는 부모님을 가리키고 있으니 사이버 수사대도
부모님에게 먼저 달려가게 될 것이다. 좀 비약이 있긴 했지만 없는 일도 아닌 것들이다.

게임산업의 역군들은 이 제도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들일 것이다. 아무리 게임이 성인문화화 되어가도
대부분의 고객은 시간많은 청소년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청소년이 이 제도로 인해 게임자체를 안하게되는
현상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제작사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투자도 불가능해지고 양질의 게임도 나오지 못하게 된다. 악순환이 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법을 상정한 국회의원들도 불행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패할 것이 뻔한 법을 입법했다는 것 자체로도
무능함을 드러낸 꼴이라 과연 다음 선거에서 다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지금부터 하셔야 겠다.

이 제도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있는데 이 나라의 내수의 근간은 게임산업이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만큼 많은 PC방부터 시작해서 온라인게임, E스포츠, 콘솔게임, 게임서적까지 게임산업이 차지한
비중은 다른 산업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성장해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시장인 온라인게임을 셧다운제로 흔들면
연쇄적으로 무너질 것이라는건 불을 보듯 뻔한일.

이 제도가 가지고 있는 가장 어처구니 없는 점은 청소년을 공부하는 기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취미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닥치고 공부나 하는게 너희들의 일이라는게 이 제도가 가지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관점이다.
새벽 12시에 게임하는 것이 게임중독의 증거가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야자하고 집에 돌아와서 씻고 숙제하면
12시가 되는게 당연하고 기분 전환하고 잘 생각으로 한시간정도 게임하는게 게임중독이라는 것인가?
게임중독은 밤에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종일 게임을 하고 게임을 못하면 이상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평범한 게이머까지 중독자로 보면서 취미를 즐길 권리조차 박탈해버린다는 것이다.

학생 프로게이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중에는 16살짜리 선수도 있다. 지금 제일 잘하는
카트라이더 게이머는 10살에 데뷔를 했다. 이런 사례는 어떻게 볼 것이며 이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프로게이머는 엄연한 직업이고 이 제도는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소득을 더 얻기위해 노력할 권리마저
박탈해 버리는 제도이다.

단지 게임 가지고 뭘 그리 열을 올리냐 하겠지만 이건 단지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자신의 취미를 정당하게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고, 그것 때문에 부모님의 고충이 더 커졌으며
서적 다음가는 문화산업으로 성장한 게임산업을 짓밟으려 하고 있고 직업인들의 일거리마저 빼앗는 것이
이 제도가 불러일으킬 파장이다.
물론 법이 통과된건 아니고 이제 국회에서 논의가 되고 표결 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일단 저런게
국회에서 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고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대책,
일본 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하네 어쩌네 하는데 우리의 지진대비나 원전대비는 어떤지에 대한 논의같은
정말 중요한 현안들이 쌓여있는데 이런 헛짓거리에 에너지를 쏟는걸 보면 어지간히 할일없는 직업이 바로
국회의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도 썼던적이 있는데 어떤 문화산업을 통해 야기된 문제는 그 문화산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일으킨 개인과 그 개인을 둘러싼 사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개인을 제외한 다른사람들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즐겁게 즐기고 있는걸 혼자서 비뚤어진 방식으로 즐기고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그 문화산업에 화살을 돌려서 공격을 한다는건 기득권과 사회의 책임회피로 밖에 안보인다.
하지만 늘 그래왔다. TV도 그랬고 홍콩영화도 그랬다. 그게 게임으로 넘어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뭐랄까. 게임에 대한 잣대는 묘하게 왜곡되고 지나치게 엄격하다. 사회의 개선노력은 전혀
보여주지 않은채 게임산업에 대해서 안좋은 말과 가혹한 제도로 손과 발을 묶으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저런 안좋은 말과 가혹한 제도는 전혀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인정하고 올바르게 즐기는 방법과 중독예방과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게임을 못하게 됐다고
과연 청소년들이 게임을 관두고 사회가 원하는 일꾼으로 거듭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왜 영화관 못들어가고
당구장 못들어갔을때 몰래 들어가던 옛날을 나이먹은 정치가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긴 자기 옛날을
기억하지 못하니 그때 어른들이 했던 방법이나 그대로 답습하는 것일테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게임 셧다운 제도는 통과되서도 안되지만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전혀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게
이 멀리 돌아온 얘기의 주제 되겠다.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청소년들이 게임을 즐기는데 부모님 신상정보로
게임하는건 어려운일이 아니라는 것과 게임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는 점, 국민의 기본권침해,
프로게이머의 권리침해 등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만큼 멍청한 생각과 멍청한 발언으로 나온 법이 없을 정도로 허점투성이에 바보같은
발상이다. 여론만 잘 형성된다면 여성가족부를 해체시켜버릴수도 있을정도로 멍청하다. 정말 이 부서는
그 많은 예산가지고 뭐하는지 궁금하다. 그 예산을 사회적 약자에게 쓴다면 여기저기서 인재나오는 소리가
들릴텐데.. 이 정부에게 이런 발상은 무리일뿐만 아니라 실행하려고도 않겠지. 벌칙이 너무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