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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Sports

NBA 개막을 앞두고 쓰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이야기

by 레온하트 2014. 10. 9.
이달 말이면 NBA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개막을 앞두고 지난시즌의 감동스토리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스퍼스의 감격적인 우승으로 끝난 지난시즌. 즐겁다가도 눈물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작년 6월. 가슴의 작대기가 3개가 될락말락 했고 밑에 후임들도 많아지면서 한참 기고만장해지는 시기. NBA에 목말라 있었지만 생활관의 TV는 NBA를 방송해주던 방송사가 나오지를 않아서 볼 수 없었던 시기. NBA소식은 사지방에서만 볼 수 있었던 내게 IPTV로 할 수 있던 점심시간의 인터넷 검색은 NBA소식을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이었다. 이런저런 정보획득 채널로 스퍼스가 파이널에 올라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3:2로 시리즈를 앞서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은바. 6차전 3쿼터 현재 10점차로 앞서고 있다는 소식은 나를 흥분시켰고 NBA를 방송해주던 방송사가 나오던 의무반으로 달려가서 거기 있는 선임, 동기, 후임들과 함께 스퍼스와 히트의 6차전 4쿼터를 시청했다. 3분정도 남은 시점까지 앞서고 있던 스퍼스. 난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언한다. "나 이거 스퍼스가 이기면 울거다." 라고. 그게 설레발이 될지 현실이 될지는 그당시에는 아무도 몰랐고 다들 웃으면서 기대해보겠다며 경기를 지켜봤고 종료를 몇초 앞두고 터진 레이알렌의 3점이 나를 멘붕시켰고 이어진 7차전, 던컨이 놓친 이지레이업을 보면서 '스퍼스의 영광은 이제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서부1위를 하고 8위한테 업셋을 당하고, 전체1위를 하고 플레이오프까지 20연승을 찍다가 4연패하면서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하는걸 지켜보면서도 계속 했던 생각이었지만 이번에야 말로 정말 보여줄 수 있는 모든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주축선수들은 또 한살씩 나이를 먹게됐고, 아무도 스몰마켓에는 관심이 없어서 좋은 선수들은 오지를 않고 성적은 계속 좋았으니 좋은 신인을 뽑을수도 없는 악조건에 빠진 스퍼스는 당분간은 고만고만한 팀이 될 가능성이 높았고 14년간 이어졌던 스퍼스 왕조는 끝이난 것 같았다.

상병이 되고 남은날을 세는 것이 더 빨라지기 시작한때 시작한 지난시즌은 그래서 더욱 별 감흥없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퍼스는 로켓스타트를 했고 시즌중반까지 1위를 질주한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존재했는데 상위시드팀들에게 꼬박꼬박 승리를 헌납했던 것. 특히 신흥라이벌(이자 멘티)인 오클라호마시티에게는 4전 전패를 하면서 체면을 구긴다. 하지만 그외의 팀에게는 거의 지지를 않았고 결국 2년만에 정규리그 1위라는 성적을 얻는데 성공한다. 

말년병장을 넘어서 군대에서 있는 평일이 2주도 안남은 시기에 시작된 플레이오프. 스퍼스의 상대는 전통의 라이벌 댈러스 메버릭스. 하지만 막판까지 고생하다가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댈러스는 이전부터 발목을 잡던 그들과는 많이 달라보였고 무난하게 승리하고 올라갈 줄 알았다. 당시에 훈련이 있었고 NBA를 해주던 방송사는 스퍼스 경기를 철저하게 외면했던 관계로 경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1차전부터 뭔가 수상하다 싶더니 계속해서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7차전까지 승부가 흘러갔고 7차전을 잡아내면서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 상대는 데미안 릴라드의 빅샷으로 휴스턴을 제치고 올라온 포틀랜드. 두팀모두 1라운드에서 많은 힘을 쏟아붓고 올라온터라 진흙탕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스퍼스의 에런베인스의 깜짝 활약으로 쉽게 시리즈를 가져갔고 내가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날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확정지었다. 

컨퍼런스 파이널은 악연의 오클라호마시티와의 2년만의 재대결. 스퍼스를 꾸준히 괴롭혀왔고 정규시즌 상대전적은 4:0으로 압도적인 열세였던 팀과의 대결이었지만 의외의 변수가 생겼었다. 바로 주축센터 이바카의 부상. 그의 수비는 늘 스퍼스에게 악재로 다가왔고 그의 존재가 듀란트와 웨스트브록까지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그런 선수가 부상으로 시즌을 날리게 됐다는 소식은 복수심에 불타고 있던 스퍼스 팬들의 김을새게 만드는 소식이었지만 어쨌든 이바카가 없다는 것은 스퍼스가 이기기 좋은 상황이 되었던 것만은 확실했다. 그것을 반증하듯 1,2차전을 쉽게 가져가면서 프렌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2년연속 파이널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우는데 한발짝 더 다가가게 되었다. 하지만 시즌아웃이 됐다던 이바카는 기적(?)처럼 3차전에 복귀했고 원정에서 펼쳐진 이바카의 복귀경기를 내리 내주면서 2년전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바카가 돌아오자마자 가비지로 패배를 했고 도무지 그를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인데 2년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것이라면 선수들의 이기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걸 극명하게 보여줬던 것이 가비지 멤버였던 코리조셉이 이바카를 상대로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성공시킨 장면이었다. 이걸 보면서 5차전을 잡으면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바카가 있는 오클라호마를 상대로 5차전에서 이번시즌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다. 그리고 이어진 6차전은 역대급 명경기로 펼쳐졌는데 연장전에서 보여줬던 던컨의 클래스가 드러나는 스크린에 이은 지노빌리의 3점슛과 시합을 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카와이의 돌파득점같은 명장면들이 나오면서 오클라호마 원정연패를 끊어내면서 2년연속 파이널진출을 성공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올라온 파이널. 상대는 지난시즌 악몽을 선사했던 마이애미.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르브론제임스, 그를 받쳐주는 드웨인웨이드와 크리스보쉬. 이 빅3는 결성되고 파이널을 놓친적이 단 한번도 없었고 3번의 파이널에서 두번을 우승했고 이제 스퍼스를 제물로 히트왕조를 건설할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추려는 팀이었다. 하지만 이전 파이널 리뷰에서도 보셨듯이 스퍼스는 1년동안 정말 와신상담했고 히트를 때리는 방법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얻어낸 다섯번째 우승. 눈물이 흘렀다. 그간 우승을 앞에두고 좌절했던 여러날들이 떠올랐고 작년의 약속이 떠올랐다. 스퍼스가 우승하면 울겠다던 그 약속. 물론 그때의 군대 동료들과는 전혀 연락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건 그들과의 약속이 아니라 나와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정말 가감없이 울었다. 기쁘고 감동적이었고 어쨌든 모든 감정을 다 이 우승에 터뜨렸던 시간이었다. 

일전에도 썼던 적이 있지만 스퍼스와 나는 하나로 이어진 관계처럼 되었다. 그들의 기쁨에 같이 기뻐하고 그들의 슬픔에 같이 슬퍼하고 그들의 영광을 함께하는 내 인생 최고의 스포츠팀. 어떤 성적을 거두든 그들의 응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덜컥 우승을 차지해버릴줄은 일전에 글을 썼을 때는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이번의 영광이 더욱더 값지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스맨이 있었고 해군제독이 기반을 다졌고 미스터 기본기가 최고로 만들어준 이 팀을 이제 빅핸드가 이어받게 되었다. 빅핸드 카와이레너드가 이끌어갈 스퍼스가 또한 기대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스퍼스의 시대를 또 누가 이어받게 될지 내 평생을 두고 지켜볼 수 있다는 것부터 스퍼스를 알게되었던 것까지 스퍼스와 함께한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