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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Music

윤하 소극장 콘서트 후기

by 레온하트 2019. 7. 28.

3년전 여름. 합정역 부근의 공연장에서 맞이했었던 그녀. 그때 내 근처 누군가의 한마디로 인해 내 모교에 찾아왔던 윤하를 본 이후로 1년 반,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5집앨범이 나오고 앨범발매 기념으로 펼쳐진 콘서트. 그때의 기운을 이어서 진행했던 3월의 앵콜콘서트와 작년 연말의 콘서트까지. 여름의 소극장 콘서트가 없어진 3년간의 기록을 가볍게 늘어놔 보았다. 그리고 오늘 3년만에 그때와 같은 이름으로 돌아온 소극장 콘서트. 그날처럼 오늘도 그 자리에 가서 그때처럼 즐기고 돌아왔다. 

 

1. 드디어 깨진 멀가법칙

내게는 징크스처럼 이어졌던 공연장 거리의 멀가법칙이 깨졌다. 안좋은 방향으로. 이번 콘서트의 공연장은 동덕여대의 백주년 기념관. 저번 태연 콘서트도 멀었는데 이번 공연장도 멀고먼 성북구에 위치한 곳. 뭐 일요일이고 그 근방이 죄다 주말에 뭔가 하는 동네가 아니다보니 대중교통은 편하게 타고 왔다갔다 했지만 생활패턴이 근방을 벗어나지 않는 내게 있어서 대중교통을 타고 마냥 혼자 가는건 쉬운일은 아니다. 연말은 가깝게 고척돔(?)정도로 해줬으면.

 

2. 공연장풍경

공연 머천다이징 상품이 딱히 땡기는건 없었는데 금요일 공연도, 토요일 공연도 죄다 매진사례길래 좀 일찍가서 아이템을 구입했다. 야광봉이랑 부채, 파일폴더, 이번 앨범의 자작곡 Rainy Night의 악보로 구성된 굿즈를 사고(악보는 사실 생각이 없었는데 자필로 쓰고지우고 한게 있다고 해서 샀다. 근데 집에와서 포장도 안뜯고 보관이라니..) 좀 둘러봤는데 날씨가 구질구질하다보니 사람도 없고 한산해보였다. 학교가 방학인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혼자 와서 떠들사람도 없고 언제나처럼 시간떼우러 PC방에 갔는데 거긴 사람이 많더라. 역시 방학이라 그런거겠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안에 들어갔는데 티케팅 작살나고 뒤쪽자리에 걸린거 치고는 규모자체가 크지 않다보니 무대가 한눈에 보여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거 같다. 문득 보면서 전체적인 규모가 우리학교 메인홀이 더 커보여서 또 소극장 콘서트를 하면 우리학교도 좀 고려했음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학교에서 채플듣던 3년동안 죄다 앞자리였었는데 보고싶은 콘서트는 앞자리에서 못본다는 생각을 하니까 아무리 우리학교가 가깝고 익숙해도 그냥 담에는 고척돔(?)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3. 시작

이번앨범의 두번째 트랙인 Lonely로 시작된 이번공연은 잔잔하게 이번앨범의 몇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의 트랙흐름이 사랑에서 이별까지 흐르는 감정선이 잘 표현되어있다고 생각해서 기왕 이번앨범곡으로 시작할거면 사계가 나을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개인적으론 좀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4. 날것그대로의 음악

공연전에 무대를 찬찬히 훑어보니 뭔가 허전하다 싶어서 좀 자세히 봤더니 드럼이 안보이는게 아닌가. 기타도 한명뿐이고 베이스도 없는걸 보면서 오늘 방방뛰는건 글렀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윤하의 멘트로 확인사살 당하고 말았다. 굳이 빠른 노래가 아니더라도 드럼이라는 악기는 소리를 풍부하게 해주는 기능을 하는 악기인데 그게 없이 순수하게 목소리와 악기가 펼치는 멜로디로만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서 그 대담함에 기대도 했지만 듣고싶던 몇몇 노래들을 아예 못듣는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좀 있었다.

 

5. 흐름

말했던 것처럼 노래는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의 곡으로만 꾸려졌다. 어쨌든 날씨가 구질구질했던 덕분(?)에 우울한 몇곡들이 선곡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에어컨 소리인거 같기는 하지만 배경에 계속 빗소리 비슷한게 들려서 의도치않게 우울한 기분이 가속화되는 효과도 있었던거 같다. 발라드 위주의 선곡은 나쁘지는 않았던거 같다. 다만 안타까운건 늘 써제끼는 1,2,3뿐 아니더라도 당연히 들을거 같았던 퍼레이드 같은 노래들을 들을 기회조차 잃어버렸다는건 좀 아쉬운 부분.

 

6. 신기술(?)

악기의 가짓수도 적고 그때문에 도와줄 사람도 적은 상황에서 루프스테이션이라는 신기술을 가지고 재밌는 상황을 연출해냈다. 다양한 소리를 바로 캐치해내서 구간반복해주는 기계라고 하는데 악기소리와 윤하의 목소리가 하나씩 쌓아지는 과정이 굉장히 신박했다. 녹음실에서 하는 작업들이 저런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거기에 맞춰지는 목소리가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과정과정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 

 

7. 매일이 매일

일본 2집앨범에 수록됐던 매일이 매일과 무지개 저편 이라는 노래를 번안해서 불러줬다. 저번 소극장 콘서트에서 바람을 부르기도 해서 소극장 콘서트에서 일본 2집앨범의 곡을 번안하는게 뭔가 관행처럼 되어있는거 같은데 명곡들이 꽤나 많아서 1.5집처럼 번안앨범이 하나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 대놓고 사랑노래도 많지만 신나는 템포에 숨겨놓은 마음 썩어들어가는 노래도 있어서 구성이 참 알차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저번 소속사와의 이런저런 관계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뭐 사실 그렇게 흥한 앨범도 아니니.. 

 

8. 총평

이번 앨범제목처럼 평안한 마음가짐으로 볼 수 있었던 공연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평이하게 흘러간 공연이었고 재밌게 보긴 했지만 뭔가 가슴에 남는건 없는 공연이었던거 같다. 노래 잘하는건 너무 당연한 거고 그런 사람이 연주도 잘한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니 새로운게 하나도 없는 공연이랄까. 신나는 노래가 있는 공연이 아니다보니 그걸 위한 드레스체인지 시간이 없어서 공연이 끊김없이 이어지는건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가수도 잠시 쉬고 관객도 잠시 휴식하는 몇분이 공연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시간이었구나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내 귀에 아무리 좋은 음악이 흘러들어와도 그게 끊임없이 이어지면 가수도 나도 지친다는걸 알게 되었다. 겨울에는 좀 신나는 노래들도 많이 넣은 앨범이 나온다고 하니 그 노래들과 함께할 겨울의 고척돔(?) 콘서트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