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asia's Music

윤하 연말콘서트 후기

by 레온하트 2019. 12. 26.

2년전 오늘 코엑스에서 그녀를 봤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나왔던 5집앨범의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 였고 난 거기서 처음 콘서트에 갔을 때 부터 계속해서 염원해오던 1,2,3의 콘서트 라이브버전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있다가 5집앨범이 나왔고 1년 뒤에는 한남동의 공연장에서 그녀를 봤고 거기서 또 숙원하던 1,2,3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1년. 어김없이 돌아온 연말. 또 여느때처럼 윤하를 보고 듣고 왔다. 내 숙원은 또 이뤄졌을까? 

 

1. 멀가는 깨졌지만

처음은 공연장 얘기. 오늘의 공연장은 5년전 내가 본격적으로 윤하 콘서트를 따라가기 시작했던 이화여대의 대강당. 멀가법칙이 시작됐던 곳이기도 하다. 처음 티케팅을 하고 5년전에 갔던 공연의 티켓을 봤는데 그때 바로 한칸뒤로 티케팅이 됐더라. 재밌는 우연이라고 해야할지 갈수록 윤하 콘서트 티케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인지 생각을 좀 했지만 그때는 일반석이었는데 지금은 왜 VIP석인지 왜 더 비싸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더 커서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 앞의 자리를 얻고 싶어서 계속 찾았지만 결국 자리가 나지 않았고 어쩔수없이 5년전보다 더 비싼 돈 내고 5년전보다 뒷자리에서 공연을 보게 됐다.

 

2. 공연장 풍경

신촌, 홍대 옆이고 이대앞이라는 독자적인 상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관광객들이 많았다. 대체 대학교 건물을 사진에 담는 이유가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덕분인지 크리스마스기 때문인지 동네는 참 활기찼다. 그동안의 공연장들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어서 또 새로운 느낌.

 

3. 머천다이징

콘서트 기념 상품들을 구매하는 시간이 있어서 또 여느때처럼 좀 일찍 갔다. 계속 물건은 남는다는 느낌이 좀 있는데 7년전에 갔을때 티셔츠가 매진된걸 목격하고 4년전과 2년전에 길게 늘어섰던 구매행렬이 트라우마로 남아서인지 좀 여유있게 가게되고 여유롭게 사고싶은걸 다 살 수 있었다. 처음 상품리스트가 나왔을때는 다 사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개인적인 지름플랜의 오류로 기념품의 가치도 못할거 같은 두개는 빼고 야광봉과 옷, 포스터 그리고 느린 우체통의 악보를 샀는데 나름 생각하고 산다고 샀는데 제일 비싼것만 사버려서 결과적으로 계획세운게 큰 의미가 없었다. 5년전에도 의류를 팔았었는데(모자) 여기서 또 옷을 사게될줄이야.. 옷은 입어보니까 4년전거 보다는 덜 화려해서 괜찮았는데 너무 크다. 날 안추울때 보드복으로 해도 괜찮겠다 싶을정도로. 어쩐지 4년전에는 사이즈를 물어보더니 이번에는 안물어보더라니.. 나머지는 아직 꺼내보지도 않아서 스킵.

 

4. 시작은

사계로 시작된 이번공연은 의외로 우산이 빨리나와서 두번째 곡을 장식했다. 1절은 2014년 솔로버전으로 부르고 2절은 에픽하이의 랩을 부르는 특이한 형식을 취했다.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 그리고 연말콘서트마다 빠지지 않는 커플들에 대한 저주까지. 언제나처럼의 연말콘서트의 시작이었다. 5년전에 했던 "커플이세요? 다음곡은 오늘 헤어졌어요 입니다." 가 불현듯 생각났었는데 비슷한걸 해줬으면 하는 나쁜심보는 내가 솔로이기 때문이겠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불러준 이별노래 3연타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가창력이 이번 콘서트의 베스트 장면.

 

5. 프로윤팅러

가끔 올라오는 공식유튜브의 고정진행자인 프로윤팅러의 재밌는 영상이 공연중간 쉬는시간에 나왔었다. 올해 정리와 윤하의 여태까지 비주얼 콘셉트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결과적으로는 다음앨범의 비주얼 콘셉트를 알려주는 빌드업이었다. 내 남자친구를 부탁해 때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 요즘 윤하 비주얼은 프로윤팅러때가 제일 예쁜거 같은데 이걸로 어떻게 좀 안될까 하는 헛된 망상을 가져본다. 프로윤팅러는 윤하가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6. 이제는 널 shot!

파격이었던 One Shot의 금발머리가 돌아왔다. 예나 지금이나 윤하는 밝은머리색이 안어울리는데 공연의 재미를 위해서 희생한 부분이 큰듯.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때다하고 윤하 놀리기에 돌입한 몇몇 팬들이 있었는데 대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터치도 그렇고 우리가수 치부(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드러내고 놀리는게 뭔 이득이 있는건지. 그들이 '탓'치를 외치니 터치가 콘서트에 안나오고 오늘 금발을 외치니 이젠 One Shot을 못듣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하나씩 새로운 노래가 사라지고 그냥 혜성, 486, 우산이나 듣고 말 생각인건지.

 

7. 게스트

저 파격을 수습할 시간을 갖는중에 나온 시적화자라는 신인그룹. 개인적으론 게스트가 나온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표정이 굳을정도로 기분이 안좋았는데(프로윤팅러나 한번 더 보지 게스트는 무슨.. 하는 생각을 했다.) 일단 여성멤버가 예뻐서 기분이 풀렸다(…) 노래는 남자멤버가 굉장히 긴장했는데 노래들이 다 남자멤버 파트가 많아서 사실 뭐가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멤버가 굉장히 낯이 익어서 계속 누군가 했는데 역시 아는 사람이었다. 4~5년전 꽤나 유명했던 주니엘 이었는데 이젠 본명인 최서아로 활동한다는 듯. 별밤 게스트로 나왔던 인연으로 시작해서 소속사도 이쪽으로 옮겨오게 됐고 계속 활동을 조용히 이어왔던거 같은데 이번을 계기로 다시 활발한 활동 하는걸 봤으면 좋겠다. 

 

8. 신곡

다음달 6일에 나오는 새앨범 UNSTABLE MINDSET. 거기에 들어간 수록곡 #26이라는 곡이 이번 공연을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거기서 최근 몇년간 볼 수 없었던 윤하의 로커로서의 모습을 보게됐다. 개성적인 목소리가 어떤 장르에도 다 어울리는 특이한 가수였던 탓에 최근의 노래들은 죄다 뭔가 도전적인 느낌의 노래들이 많았고 그녀 스스로도 그런 도전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녀의 가수로서의 시작에 있던 로큰롤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봤었는데 이 노래로 다시 근원으로 돌아온 모습이어서 그동안 보고싶던 그 모습을 곧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노래도 굉장히 좋았고. 

 

9. 총평

1,2,3대신 들은 #26이 굉장히 좋아서 1,2,3를 듣지는 못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물론 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의외로 기다리다도 안나왔고 피아노도 안쳐서 특이하다면 특이한 공연이었다. 생각건데 여름에는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줬으니 겨울에는 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좀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 토크의 질과 양이 다 괜찮았던거 보면 공연의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늘(12월25일)이 윤하가 한국에서 첫공연을 한지 10년이 된 날이라고 한다. 콘서트 스텝들이 깜짝 이벤트를 열어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뭐 그건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고 날짜도 그렇고 장소도 그렇고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설정이라 그런가 예전 생각을 좀 하게 됐다. 아시다시피 올해는 윤하 데뷔 15년이 되는 해이고 내 개인적으로도 윤하라는 가수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늘 하는 올해의 노래에 처음 등장했던 해가 2009년. 바로 다음해에 -지금은 올해의 노래를 뽑지만- 올해의 아티스트에 선정하고 그 이후로는 윤하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따르는 추종자(홀릭스)가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10년이 됐고 공연도 쫓아다니게 된지도 5년이 흘렀다. 5년간 재밌는일도 많았고 실망스러운 일도 많았다. 모든일을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모두가 함께였기에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식상한 얘기지만 앞으로 있을 시간도 더 이후에 되돌아보면 좋았던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공연중간에 보여줬던 산타걸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압도적 감사.

'rasia's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올해의 노래들  (0) 2019.12.31
rasia's Music Diary #5 아웃사이더- 외톨이  (0) 2019.09.22
윤하 소극장 콘서트 후기  (0) 2019.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