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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이야기들

2019년 (안)해서 후회되는 일 best 5

by 레온하트 2019. 11. 19.

지난주부터 시작한 올해의 후회 어워드. 자잘하게 후회하고 있는 것들까지 합치면 엄청난 양의 후회를 올해도 생산 했지만(아직 현재 진행형일지도..) 굵직한 후회만 뽑아서 소개하고 있다. 오늘 이야기는 솔직히 나때문은 아닌 후회긴 한데..

 

4위. 유벤투스와 호날두를 좋아했던 것.

블로그에 다른 메뉴들을 보신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난 오랜 유벤투스 팬이었다. 물론 작년에 보누치가 컴백하고 마르키시오가 쫓겨나는걸 보면서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응원할 맘은 사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팀으로 갈아타거나 할 마음까지는 안생겨서 그냥 지켜만 봤었다. 그 지켜본 것의 중심에는 호날두라는 세계최고의 선수가 유벤투스에 입단한 것이 있었다. 당시 호날두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리더의 품격이랄지 스타의 품격이라는 것을 갖춘 품격있는 선수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었다. 가끔 보여주는 코트 밖 선행이라든가 팬서비스 등등 호날두의 품격을 높여주는 미담은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고 그 미담이 최고의 실력과 결합되어 호날두를 완벽하게 만들어 줬었다. 

나도 거기에 매료되어서 좋아하게 됐었고 유베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다.(시기상 보누치 오기 전이었음.) 물론 그런 기쁨은 한달도 못가서 사라지고 말았지만 완전히 꺼졌어야 할 유베에의 관심이 남아있게 했던 몇 안되는 이유였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작년 시즌 막바지에 유벤투스 내한소식이 들려온다. 20년만에 한국에 와서 친선경기를 펼치기로 했다는 것. 9년전 바르셀로나가 내한해서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이후로 끊겼던 유럽클럽의 내한경기도 내한경기지만 그때 사람들을 실망시켰던 것 중 하나였던 스타플레이어들의 불참을 막겠다는 대행사의 발표에 사람들이 더욱 흥분했었다. 호날두는 45분 이상 경기를 뛸 것이라던 호언장담. 이에 부응하여 상암 경기장은 매진사례를 기록. 그리고 약속의 그날이 왔고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한국에서 불려서는 안될 이름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펼쳐진 단 한경기로 유베와 호날두의 이미지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13년전 억울한 강등판결 이후로 절치부심해서 간신히 그 조롱이미지 벗어내고 원래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나 했더니 비싼돈 들여서 데려온 선수의 노쇼 한방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조롱거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응원을 안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내 개인적인 감정은 제쳐두더라도 좋은 이미지로만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다. 계속 응원하던 최고의 선수도 마찬가지. 벤치에서 뚱하니 앉아서 그짓거리를 하는걸 보려고 한시간이나 늦은 시작을 기다린 것도 아닐뿐더러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이 비싼돈 주고 온게 아닌데 이래버리니 욕을 안할수가 없는 그런 상황.

내가 좋아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런 웃기지도 않는 이유 때문에 내가 이들을 좋아했던 것들이 전부 부정당해버리고 나니까 내 지난 세월은 어떻게 보상받나 하는 허탈함과 함께 후회만 가득하다. 내가 유베를 좋아하게 됐던 이유를 만들어준 사람은 팀에 하나도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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