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올라 2020년. 이후에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빠트렸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점에서 우리는 윤하의 두번째 팬미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시는 것처럼 그 팬미팅은 취소가 됐었고 작년 연말까지 우리는 윤하와의 만남을 학수고대 했지만 만날 수 없는 상황의 반복을 겪어야만 했다. 작년 연말 콘서트 이후로 세상은 전염병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상황. 그 보답으로 펼쳐진 앵콜 콘서트는 여전히 약간의 제약이 있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상을 되찾은 오늘. 그 기념으로 우리가 하지 못했었던 팬미팅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거기서 펼쳐졌던 이야기들.
1. 늘 그렇듯
오늘 팬미팅 장소는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2018년에 두번 갔었던 곳으로 다들 정말 좋아하는 무료 보관함이 참 압권인 곳이다. 2018년에 갔을 때는 외투가 필요했던 날씨여서 외투를 보관하기 위해 보관함을 썼었는데 외투가 필요없는 날씨가 되어서 굳이 뭔가 넣고 보관할 필요가 없었는데 굳이 가방을 보관했던건 내 가난뱅이 근성인 것인가.. 하는 생각.
2. 세번째로 간 곳이라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당히 시간 맞춰서 갔는데 그 덕분에 주변을 살필 기회는 없었다. 늘 이상하게 여기서 뭔가 할 때마다 굿즈든 기타 행사든 끌리는게 없어서 더더욱 그동안 일찍 갔던게 후회스러웠는데 시간을 잘 맞춰서 괜찮았다는 생각. 그리고 여전히 좁아터진 좌석은 어떻게 안되는건가 의자 작고 어떻고 저떻고 하는건 다 참겠는데 간격은 좀 넓혀줘라. 양 옆에 남자들 앉자마자 비좁아서 보는 내내 고통이었다.
3. 소리질러!
드디어 풀린 육성응원제한. 윤하의 등장과 함께 음계를 벗어난 비명 비슷하게 소리가 나는게 일단 좀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기대했던 것이어서 그런건지 아직 그런 금지들이 당연했던 시기를 살았던 버릇 때문에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가서 신나게 놀던 때의 목상태 보다는 확실히 저하된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런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했던건 좀 아쉬운 부분.
4. 깔끔
3년전에 했던 팬미팅 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이런 행사에 어울릴 만한 전문가를 모셔와서 진행을 시켜줬다. 한마디씩 해주는 애드립들이 꽤나 괜찮았고 어쨌든 당사자를 사적으로 아는건 아니다 보니 선을 잘 그어줬던 것도 개인적으로는 맘에 드는 부분 이었다.
5. 콘텐츠 이야기
나무위키를 읽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정도 급이 되는 연예인이 나무위키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 해야되나 싶은 생각은 일단 했다. 사실 팬들도 아이돌만큼 막 극성이 아니다 보니 잠깐 읽어본 바로는 크게 재밌는 내용도 없는 그야말로 정보전달용 위키라 더더욱 굳이? 라는 생각. 애장품 나눠주는 추첨은 내 앞자리 뒷자리로 걸리는거 보고 그냥 좌절만..뭐 될리가 있나. 윤하의 커버댄스로 넥스트레벨 무대를 처음 봤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으려나? 같이 나왔던 후배 그룹은 저번 팬미팅 때 봤던 애들보단 덜 일반인 같았다.
6. 가수니까
노래를 부르는 콘텐츠가 역시 제일 좋은거 같다. 저번처럼 손짓발짓 되는거 안되는거 난리난리 쳤었던 제약이 사라지니 별의별 좋은 노래들을 다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내가 지목되어서 1,2,3를 들을 수 있었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내일도 맑은 하늘처럼 하면서 hey ohohoh를 따라부를 수 있는 사실에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7. View 번안 앨범 나오나?
2015년(이었나?)에 나온 일본 4집앨범 View의 오리지널 수록곡을 번안해서 불러줬다. 나는 비의 향기랑 별보다 먼 사람을 들었는데 전날에는 View를 했다고 해서 혹시 세곡 묶어서 나와주나? 하는 행복회로를 좀 돌려봤다. 저작권이 꼬이지 않아서 들려줄 수 있다고 했는데 근시일 내로 들어볼 수 있음 좋겠다.
8. 뜨겁게 타오를 때에 네 곁에 있을게~
윤하가 무대에서 인사를 할 때에도, 월드스타라면 물을 마셔도 환호가 난다는 그 순간에도, 이상한 뻘소리를 해서 모두를 당황시킬 때도 우리는 분명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걸 실제로 느꼈던 순간은 다같이 몸을 일으켜 오르트 구름부터 시작된 화끈한 무대를 앞에서 단련했던 목소리로 한층 더 달궜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전 콘서트 후기에도 썼지만 그 떼창하는 포인트들이 누가 뭐래도 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어 점점 차오르는 환희에 나도 모르게 벅차는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어 눈물이 나더라.
9. ㅈ목질 하면 망해요
거의 유일하게 좀 별로였던 부분. 팬과 가수가 아는척 하는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팬은 기억에 남고 싶었고 자기를 좋아해준 팬을 가수는 기억해주고 좋은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팬들끼리 친목질 하는 이상한 광경을 봐서 이 얘기를 굳이 해야되나 싶은데 좀 써보려고 한다. 뭐 정모도 하고 마음맞는 친구들 의기투합 하는건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왜 굳이 관심없는 사람들이 한가득 있는데 서로 닉네임 언급하면서 서로서로 소통을 하는지 모르겠다. 대체 자기네들 커뮤니티 얘기를 왜 가수입에서 들어야 하는걸까? 그 친구들이 윤하한테 진심이든 아니든 너네만 아는 얘기는 너네들끼리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목소리가 크다고 다 맞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10. 총평
마지막 순간에 흘린 눈물 하나로 이번 팬미팅은 역대급 모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정말 다양한 감정들이 내 감정선을 자극하면서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게 다른 것도 아니고 여태 잘만 하다가 딱 두번 못했던 육성응원 이었다니. 그동안의 결핍이 얼마나 컸던 것일까. 그동안의 한과 앞으로의 기대감이 어우러진 눈물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보고. 이래저래 좀 아쉬웠던 지난 팬미팅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잘 진행되어서 더욱 더 즐거웠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즐거운 시간은 이제 끝났지만 다시 볼 수 있는 날에는 좌절했던 지난 몇년과는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지금이 시작되어서 모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에서 같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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