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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Game

어제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각해온거 그냥 주절주절

by 레온하트 2023. 1. 23.

어제 블루 아카이브의 서비스 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옆나라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개인적으로도 재밌게 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 한국에 오게될 소식들이 궁금하기도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들을 뛰어넘는 엄청난 소식들로 모두를 기쁘게 만들었다. 지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여러가지 좋은 소식들과 더불어 이어지고 있는 축제분위기 속에 아마 나 혼자만 이 축제가 즐겁지가 않은 것 같아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고문해가며 왜 이 좋은 소식들을 즐기지 못하는거냐 자문해봤다. 그 자문의 답은 아마 이거지 않을까 싶다. "네 취향이 마이너를 넘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취향이라 그래."

 

내 이전글들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좋아하는 요소가 있는걸 알고 계실 것이다. 바로 안경을 착용한 여성캐릭터. 당장 작년(2022) 올해의 미소녀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에도 안경 미소녀가 빠지지 않은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안경을 착용한 여성에게 매력을 크게 느낀다. 이건 비단 2d 미소녀 캐릭터 뿐 아니라 실존 인물들한테도 적용될 정도로 내 안경 사랑은 깊은 편이다.

 

어쨌든 이렇게 안경 미소녀를 좋아하는게 난 메이저 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취향의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여태 살아왔는데 최근 몇년간 인터넷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 거의 범죄자 수준으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부정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경을 쓴 캐릭터들 그림에 안경을 벗으면 더 예쁘다 라는 댓글을 다는건 뭐 조건반사처럼 나오는 말이고 심지어 안경을 쓴 캐릭터들의 안경을 지워서 게시글을 작성하는 행동도 서슴치 않고 자행한다. 안경을 멸칭으로 부르는건(입에 담기도 더러운 욕이라 굳이 쓰지는 않겠다.) 그냥 명사화 되어버렸고. 

 

이렇게 하나의 취향을 대놓고 부정하고 개성을 삭제해버리는 행위가 전방위적으로 자행되는건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는 안경 취향 뿐이다. 누님을 어린애로 어린애를 누님으로 바꾸는건 애교축에도 못낄정도로 요즘세상의 안경혐오는 거의 스포츠화 되어버린게 현실임을 인지하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건 저런 안경혐오파들이 날뛰어도 개성있고 매력적인 안경 미소녀는 계속해서 나와서 나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당장 블루 아카이브만 해도 매력적인 안경 미소녀가 양손가락을 다 셀 수 있을 정도로 나와있고 조금만 서브컬쳐 매체를 둘러봐도 여러 매력의 안경 캐릭터가 나를 반기니 원작을 만드는 사람들은 적어도 내 취향을 가지고 대놓고 혐오하지는 않겠지 하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근데 그 믿음이 어제 블루 아카이브 행사장에서 산산히 부서졌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 못차리고 감상에 열을 올렸던 이번 스토리 PV에서 난 원작자가 정면에서 대놓고 하나의 취향을 부정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결의에 찬 표정을 짓자마자 안경을 벗어버리는 캐릭터들을 보며 영상의 주요내용은 생각도 안나고(어차피 일본 내용이라 알지도 못하는 내용이긴 했지만.) 계속 머릿속에서 내가 이 캐릭터들을 좋아한게 그렇게 잘못된건가 하는 자문만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후반부 애니화같은 소식은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그렇게 행사는 끝났는데 여전히 머릿속에는 그 장면들이 충격이 되어 계속해서 물음표만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저런 할말은 많지만 지금 머릿속을 가장 크게 멤도는건 걱정의 감정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스토리의 주요장면에서는 거기서 활약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라버리는 선택을 스토리 전개라는 미명하에 너무나도 가볍게 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스토리 주요장면에서 필요하다고 아스나를 빈유로 만든다든지, 히나의 긴머리를 숏컷으로 잘라버린다든지 하는 변화가 나오면 과연 어떤 반응일까. 지금처럼 좋아하면서 날뛸지 흥분해서 날뛸지 아마 후자일텐데 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네가 'X경 컷!'하면서 캐릭터 개성 잘라버린 대가라고. 전쟁하는데 머리 길고 가슴 크면 방해되잖아 그러니까 없에버린거라고. 물론 저정도로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지만 나한테는 저정도의 충격이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내가 이게 정말 충격적이었던 또다른 이유는 제작진이 캐릭터들의 개성에 대한 고민을 정말 심도있게 하는 사람들이고 몇십명의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고심해서 만든 캐릭터의 매력포인트를 일말의 고민도 없이 몰개성으로 바꿔버리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한국서버 1주년 제작진 회의때 했던 얘기들은 대체 뭐였지 싶을 정도로. 그렇게 디테일한 개성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캐릭터들 개성을 나타내는 장치를 그냥 삭제한다고? 내 뇌가 지금도 인지부조화를 느끼면서 과부하를 일으키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감정적으로 말하면 정말 끝도 없겠지만 이성의 끈을 놓고싶지 않으니 적당히 마무리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쨌든 PV를 보고 상당히 현타가 오고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가 좋아했던 요인 하나를 너무나도 쉽게 잃어버리는 상황을 보니 사실상 공식적으로 원작자가 안경혐오파들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볼 수 밖에 없고 앞으로도 이런 행동이 가속화 될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뭐만 나오면 안경없는 짤이 양산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니 이 게임을 계속 붙잡고 있는게 옳은 판단일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나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때려치고 접는건 쉬운 선택이지만 1년이 넘게 게임을 붙잡고 호흡해왔는데 관심을 한번에 끊는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관심이 가는 와중에 게임을 안하면서 고통받느니 게임 하면서 고통받는게 그나마 덜 억울한지라 게임을 접지는 않을거 같다. 정말 큰 충격이 있지 않는 이상은.

 

어쨌든 지금 참 슬픈상황이다. 내 취향이 부정당하는게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더 슬픈건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고 절대 이런행동을 하지 않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나도 쉽게 박살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너무 신나게 축제를 즐기고 있는 중이라는게 나를 슬프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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