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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Music

rasia's Music Diary #8 Gerry&The Pacemakers-You'll Never Walk Alone

by 레온하트 2020. 6. 28.

 

rasia's Music Diary #8 Gerry&The Pacemakers-You'll Never Walk Alone 

오늘의 노래는 Gerry&The Peacemakers의 You'll Never Walk Alone라는 곡이다. 제목보고 대충 눈치 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리버풀FC의 응원곡이다. 경기전 안필드에서 만원관중이 부르는 이 노래에 팬들의 가슴은 웅장해지고 선수들의 사기도 같이 올라가는 멋진 곡. 리버풀의 응원곡으로 유명하지만 다른 팀들도 이 곡을 많이 사용하는 듯. 응원곡으로 만들어진 곡은 아니고 뮤지컬에 나오는 곡이라는 것 같다. 가사도 가사지만 노래 제목인 '넌 절대 혼자 걷지 않을거야.'라는 메시지가 주는 팀과 선수들과 팬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느낌이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임에도 많은 스포츠 팀에서 응원곡으로 쓰이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 

 

30년의 기다림을 넘어

내가 리버풀을 좋아하게 된건 박지성이 맨체스터로 가고 그 팀이 국민팀이 된 이후의 일이다. 다들 알다시피 그당시 맨유는 당대의 최강팀이었고 그에 더해서 박지성이라는 한국 최고의 스타가 뛰고 있는 팀이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인기가 많았고 그만큼 팬들의 자만심도 하늘을 찌르던 때였다. 당시의 나는 원래 좋아하던 팀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맨유에 정을 많이 주지는 않았지만 박지성이 잘하면 기분좋은 그런 정도의 관심만 주던 때였는데 팬들의 분탕질에 못버티고 맨유 안티가 되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찾게된 다른 팀들 중에서 리버풀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건 맨유의 최대 라이벌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묘한 힙스터 기질이 작용한게 아닌가 싶다. 왜냐면 지금은 상상도 안되겠지만 EPL 빅4 중에서 리버풀은 최약체였고 늘 한끗씩 부족한 모습은 당시에 많은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으며 동시에 조롱거리이기도 했다. 그런점이 묘하게 끌렸던거 같은데 본격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던 때가 제라드-토레스 라인이 한참 잘나가서 2위하던 시절이었던걸 생각해보면 결국 늘 하던거처럼 강팀이라 좋아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 

이 팀에 마음주기 시작하면서 처음 몇년은 정말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그저 그런팀으로 몇년을 허송세월 했던 것. 불러오는 선수들 퀄리티는 수아레즈 이후로 계속 떨어지기만 하고 그걸 메꾸기 위한 또 그저그런 선수들 영입하고 기대감에 부풀어서 비싸게 준 선수는 어딘지 나사빠진 선수가 되어버리고 팀은 부진하고 전형적인 망팀의 흐름으로 가는 순간 잠깐 반전이 일어나면서 우승 문턱까지 왔으나 팀 최고 레전드의 말도 안되는 실수로 인해 미끄러지고 그 미끄러짐을 시작으로 다시 팀은 그저그런 팀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걸 드라마틱하게 반전시킨게 지금의 클롭 감독이 부임하면서 부터. 팀에서 사라진 승리의 DNA를 이식하고 우승컵을 사냥하기 시작했으나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배고파하는 리그우승은 끝내 얻지 못하고 일년, 일년 흘러갔었다. 특히 지난시즌에는 딱 한번지고 리그우승을 놓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니(사실 딱 한번진게 우승팀이라 할말없긴 하다.) 리버풀과 리그우승은 이제 바랄 수 없는 건가 하는 체념까지 이어지게 되었었다.

그리고 찾아온 이번시즌. 절치부심한 리버풀은 리그 시작부터 거침없이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에 맞춰서 다른 팀들이 미끄러져 주면서 리버풀의 독주는 더 가속화 되었고 결국 지난 금요일 산술적으로 리버풀을 이길 수 있던 마지막 팀이 스스로의 패배로 인해 미끄러져 주면서 마지막 우승으로부터 30년의 기다림이 끝나게 되었다. 

그동안 사실 리버풀은 조롱거리였다. 비단 맨유팬이 많은 한국의 해외축구 팬덤 때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조롱거리가 되는 거리들을 많이 만들어줬던게 사실이다. 부진하던 몇시즌 동안 놀림받던 리중딱이라든지 제라드가 확신에 차서 말했던 위 고 노리치는 그야말로 웃음거리 였고 이적설이 있던 선수의 리버풀은 빅클럽 아니야 발언은 이런 조롱에 방점을 찍는 한마디였다. 클롭이 와서 우승컵 수집 시작하기 전까지 리버풀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현재의 시궁창을 못보는 꼰대클럽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에 챔스 우승했던 것도 14년만에 한 우승이고 그동안 우승컵이랑은 거의 인연없이 지내던 팀이 우리 왕년엔 잘 나갔어 이러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당연히 놀림거리나 되지. 그걸 한번에 뒤엎는건 우승컵 뿐이었고 그걸 2년에 걸쳐 해냈으니 이제 누구도 리버풀을 빅클럽이 아니라고 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계속될 영광의 시대. 그 길을 걸어가면서 보이는 폭풍도 아픔도 함께 걸어가면서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역전된 리그우승 숫자 다시 역전할때까지 계속 우승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