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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ia's Music

윤하 연말 콘서트 후기

by 레온하트 2021. 12. 13.

2년전 성탄절 언제나 처럼의 연말콘서트가 끝나고 2020년 새해벽두. 2월에 있을 두번째 팬미팅에 설렘의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 전세계는 코로나19의 어둠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팬미팅을 열흘정도 앞둔 시점에 확진자가 급등하면서 나라가 난리가 나게 된다. 이에 눈물을 머금고 취소된 팬미팅. 시간은 흐르고 흘러 2020년 연말. 어느정도 코로나19가 잡혀가는 와중에 계획된 연말콘서트. 계획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급증하는 확진자. 연기를 했다가 결국 또 취소. 올해 여름 백신을 맞기 시작하면서 조금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며 계획한 콘서트도 예매 하자마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취소. 그리고 겨울.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이번에야 말로 라는 심정으로 계획된 이번 콘서트. 만2년의 기다림과 좌절을 딛고(또 확진자는 엄청 늘었다.) 만나게 된 우리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0. 솔직히 억울해서 좀 써야겠다.

재작년 콘서트부터 티켓을 구하는게 쉽지가 않아져서 2020년 유료 팬클럽에 가입을 했었다. 이 팬클럽의 특전이라면 전용의 티케팅 날짜가 있다는 것인데 만남이 취소된 세번의 팬클럽 티케팅보다 이번의 티케팅이 현저하게 자리가 안좋아서 좀 억울하다. 심지어 저번 공연은 맨 앞자리였고 다른 티케팅도 세번째 밑으로 간적이 없었는데.. 앞열의 끝자리면 여태 팬클럽 티케팅 안했던 때랑 크게 다르지도 않잖아.. 천재지변에 뭐라 할 말도 없고.

 

1. 늘 그렇듯

공연장 얘기를 해보면 이번의 공연장은 올림픽 공원에 위치한 올림픽홀. 2015년 연말에 팬들에게 360도 무대로 충격을 안겨줬던 곳이다. 재작년에는 2014년, 올해는 2015년의 공연장인데 이런식이면 내년 연말에는 코엑스가 되려나? 멀가법칙상 멀이었던 때라 그렇게 된거기도 하지만 오늘은 별 의미가 없었던게 내가 오전에 볼일이 있어서 파주를 갔다가 올림픽홀로 향해서 서울 어디였든 간에 피곤했을거라고 생각. 물론 지금도 엄청 피곤하고.

 

2. 주변 풍경

2015년에 갔을 때는 굿즈가 고 퀄러티 었어서 그걸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는데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미리 팔기도 했고 새로나온 응원봉을 제외하면 그냥 그랬어서 그런지 그렇게 일찍 오지 않았는데도 한산했다. 미리 주문했던 물품들을 구매하고 시간을 좀 떼우다가 공연장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조심하느라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없었던게 참 안타깝다. 그런거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3. 많은 걱정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다 풀어버린게 아닌터라 공연을 보는데도 제약이 많이 따랐다. 마스크를 쓰는건 기본이고 환호도 못하고 신나는 분위기에 일어나서 같이 뛰지도 못하는 등 가수와 함께 호흡하고자 찾게되는 콘서트에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최저한으로 제약된다는 것이 매우 불안했다.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윤하도 그런걸 보면서 힘들어하면 어쩌지? 같은 걱정들을 하면서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4. 공연 이야기

이번 앨범의 1번 트랙인 P.R.R.W로 시작한 공연은 의외로 빠른 템포의 곡들을 많이 부르면서 시작한다. 두번째 곡인 Rock Like Stars의 가사 중 소리질러! 를 할 때 손가락으로 쉿! 하는 포즈를 했던게 나름 챠밍 포인트였다. 이번 앨범이 나름 락락한 분위기이기도 해서 어느정도는 빠른 노래들을 부르지 않을까 했지만 앞서 말한 제약들 때문에 신나는 분위기를 길게 가져가지는 않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였던 부분. 

 

5. 잘 지내

이번 앨범에서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는 이 곡. 다른 것보다 후렴부분에 수어로 가사를 전달하는게 포인트인 노래인데 유튜브 화면에서나 보던걸 실제로 보니까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윤하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소리를 같이 들으면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똑같은 걸 들으면서 공감을 나눌 수 있을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무대였지 않나 생각된다.

 

6. 응원봉

그동안 공연마다 이래저래 바꿔가면서 팔았던 응원봉이 당분간은 통일된 하나의 응원봉을 쓰려고 여러가지로 힘을 줘서 나왔다. 그 중의 하나가 예전 태연 콘서트에서 감탄의 감탄을 했던 미래기술 응원봉 연동.(이런저런 블루투스 기기를 쓰는 요즘이라 현대기술이 되어야 하나 싶지만.) 연동시스템을 따로 구축하는게 아닌 가서 켜기만 하면 알아서 연동해주는 또다른 미래기술을 보게 되어서 그건 또 좀 감탄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에는 건전지를 동봉해주지 않아서 편의점에 가서 사왔던건 좀 슬픈 이야기.

 

7. Unstable Mindset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부분. 약 2년동안 공연이 없던 중 이 앨범이 완전히 묻혀버린게 너무 아쉽다. 취소된 공연에서는 분명 들을 수 있었을 노래들이 하필 이번 앨범과 분위기가 너무 상반되어서 소외당한게 참 아쉬운 부분. 먹구름도 끝까지 듣고 싶었고 Winter flower의 랩을 하는것도 듣고 싶었다. 결국 한곡을 다 들을 수 있었던건 이번 앨범의 시작점과 같은 노래인 26뿐. 참고로 이 노래는 재작년 콘서트에서 선공개된 노래이다. 공연에서 봤었던 노래라는 얘기.

 

8. 불확실한 미래에 놓고싶지 않은 현재

공연 전체적으로 강하게 든 느낌. 정말 어렵게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어쨌든 다행히 열렸지만 이게 다음에 또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내년에는 더 나아질거고 BTS의 뮤직비디오 에서처럼 마스크를 확 벗어던지는 날도 곧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미래는 너무나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오늘의 콘서트는 어찌됐든 열리고 있고 그렇기에 그 오늘이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노래하는 윤하에게서도 박수치는 우리에게서도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유례없이 앵콜도 길었고.

 

9. 이때가 아니면 언제 뒷모습을 보겠어

라고 썼지만 6년전에 실컷 봤었던건 앵콜무대로 가운데에 나왔을 때는 잊고 있었다.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6년전 똑같은 장소에서 내내 뒷모습(도 똑바로 안나왔지)만 봤었군. 관객들이 손짓발짓으로 불러줬음 하는 노래를 표현하면 윤하가 맞춰서 무반주로 불러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내가 듣고 싶은 노래는 손가락 세개만 쓰면 매우 쉽게 알아맞출텐데 내 앞에서 스케치북으로 그림을 그려서 신청한 사람 때문에 내 리퀘스트는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했다. 1,2,3를 못들은건 매우 아쉽지만(윤하 정면에서 누가 LED로 썼던데 그것도 못봤던듯) 바람같은 초레어한 노래나 소나기, 편한가봐 같은 미친 고음의 노래를 미친 가창력의 무반주로 들을 수 있었던건 나름 행운이라 생각. 아무리 듣고 싶다고 해도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을 마임으로 할 생각을 하다니.. 추억이든 아름다운이든 표현을 좀 다르게 했으면 맞추지 않았을까 싶은데 근데 그거 말고 표현해봐라 하면 또 생각이 안나는 것도 웃음 포인트였지 않나 싶다.

 

10. 총평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밌고 알찬 시간이었지만 역시 소리지르지 못하고 방방 뛰지 못하는 공연은 뭔가 완전히 채워지지는 못한 느낌이다. 물의 여행에서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을 따라 한다든가 오르트구름에서 같이 Go! Go!를 외친다든가 26과 혜성을 들으면서 같이 뛰고 소리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들과 함께 차분한 발라드 곡에 빠져서 녹아드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결국 최소한의 충족만 안고 돌아가야 했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 가질 수 있었고 다가올 미래에 오늘의 기억을 그대로 들고 간다면 다음 공연은 여태까지 보다 훨씬 재밌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그때까지 살아갈 의욕을 준 윤하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덕분에 즐거웠어. 그리고 마지막 곡을 끝내지 못했던 그 모습은 내 뇌리에 깊게 박힐 것 같다.